"20년만에 진정한 손편지를 씁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두 번의 강산을 넘어 '라스트 레터'를 보냈다.
멜로 거장 이와이 슌지 감독은 17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영화 '라스트 레터' 국내 시사회 직후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러브레터' 이후 약 20여 년만에 '라스트 레터'를 선보이게 된 소감과 영화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라스트 레터'는 닿을 수 없는 편지로 그 시절, 전하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과 마주한 이들의 결코 잊지 못할 한 통의 러브레터를 담은 작품이다. 1999년 '러브레터' 개봉 후 22년만에 도착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멜로 교과서로 불리는 '러브레터' 이후 20여 년만에 '라스트레터'를 통해 또 한번 '편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이와이슌지 감독은 "난 학창시절부터 편지가 아주 일반적인 시대를 보냈다. 친구들끼리도 편지를 썼고, 러브레터로 마음을 주고 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그래서 언젠가 편지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20대 때 '러브레터'를 구상하게 됐다"며 "난 편지를 단순히 추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닌, 특별한 무언가로 그리고 싶었다. 그 지점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라스트레터'의 특징인 '손편지'를 언급하며 "사실 '러브레터' 주인공들은 손편지가 아닌 워드로 작성한 편지를 주고 받는다. 20여 년이 지나서야 진정으로 손편지를 쓰는 영화를 만들게 됐다. 우연이지만 영화를 통해 편지가 큰 의미를 갖게 됐고, 나에게도 특별한 것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서는 마츠 타카코가 세상에 없는 언니의 마지막 편지를 계기로 우연히 재회한 첫사랑과에게 정체를 숨긴 채 편지를 보내는 유리를 연기, 히로세 스즈는 모두가 그리워하는 첫사랑 미사키와 그녀의 딸 아유미로 1인 2역을 소화해 이와이 슌지 감독의 새 뮤즈 탄생을 알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 채 그녀와의 기억을 쫓는 작가 쿄시로로 열연, '날씨의 아이' 목소리 연기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모리 나나와 '너의 이름은.' 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에서 안정적 목소리 연기를 보인 카미키 류노스케도 출연한다.
캐스팅에 대해 이와이 슌지 감독은 "프로듀서, 캐스팅 디렉터를 비롯한 여러 스태프들과 논의를 진행했다. 다행히 '처음부터 이 배우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후보들의 스케줄이 잘 맞았고, 운 좋게 큰 난항없이 캐스팅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인2역을 소화한 히로세 스즈에 대해서는 "특별한 디렉션을 하지는 않았다. '두 역할이 이러하니 이렇게 나눠서 연기하고, 이렇게 다르게 해라'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며 "'라스트레터'의 모녀는 어느정도 비슷한 부분이 남아있는 것도 좋을 것 같더라. 히로세 스즈가 준비도 잘 해왔다"고 칭찬했다.
무엇보다 '라스트레터'에는 '러브레터' 주역 나카야마 미호와 토요카와 에츠시가 첫사랑의 인생에 관한 열쇠를 쥔 인물로 깜짝 등장해 '러브레터'에 매료됐던 팬들과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더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두 분과의 촬영은 짧지만 농밀한 시간이었다. 함께 할 수 있어 굉장히 좋았다"며 "나카야마 미호는 촬영이 끝난 후 '감독님과 더 하고 싶은데'라는 말을 했다. 내 마음도 똑같았다"며 "솔직히 '러브레터'가 끝난 후 두 배우와 금방 다시 영화를 찍게 될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캐스팅이나 배우 조합은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토로한 이와이 슌지 감독은 "생각대로 배우를 만나고 원하는대로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며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만 품고 20년이 지났다. 당장 내년에라도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편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이와이 슌지 감독에게 SNS는 어떻게 비춰질까. 이와이 슌지 감독은 "난 SNS라는 것이 굉장히 이상하고 신기하다. 예전부터 '위험하다' 생각하기도 했다"며 "가장 이상한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거기에서 비춰지는 매너와 태도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일상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걸지는 않지 않냐"고 되물은 이와이 슌지 감독은 "물론 장단점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SNS를 보면 사람의 여러가지 면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SNS 세계는 정반대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고 자신의 분석을 피력했다.
20여 년 전 특유의 멜로 감성과 이와이 슌지 감독의 색채가 강렬히 묻어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이 오랜만에 직접 써내려간 편지 '라스트 레터'는 24일 관객들에게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