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새싹이 돋은 제주의 경주마 목장에는 본격적인 교배시즌을 앞두고 새 생명을 맞을 준비가 활기차다. 경주마 교배활동은 20일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에서 열리는 ‘무사고 기원제’와 함께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올해는 약 80두의 씨수말들이 약 2000두의 씨암말들과 교배 활동에 접어들 예정이다.
혈통의 스포츠로 불리는 경마에서는 자연교배로 생산되어 8대 부모 계보까지 증명된 ‘서러브레드’ 품종만을 경주마로 인정한다. 부모의 운동능력이 자마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주에 데뷔하기 전부터 어린 말들의 가치는 혈통으로 좌우된다.
과거 외산에 치였던 국산 스타 경주마들은 경주를 넘어 교배산업까지 무대를 넓히고 있다. 2018년 전체 중 5%에 그쳤던 국산 씨수말 교배는 2년 만에 11%를 넘어섰다. 현역 시절 외산마를 꺾고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던 파워블레이드·트리플나인·경부대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산 씨수말로서 혈통을 이어가고 있다.
파워블레이드는 데뷔 직후 2세 때 브리더스컵 우승을 시작으로 3세 때 삼관 시리즈인 KRA컵 마일, 코리안더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석권으로 한국 최초의 통합 삼관마를 이뤄내며 현재까지도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아있다. 또 두바이월드컵 그레이드 대회에 출전해 국산마 최초로 입상하며 국산 경주마의 저력을 해외에 알리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난 인기 씨수말 ‘메니피’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2019년 은퇴한 파워블레이드는 서귀포 정성목장으로 자리를 옮겨 첫해 세 마리의 자마를 배출했다. 본격적인 교배 활동에 접어든 지난해에는 71회의 교배를 진행하며 교배두수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정성목장의 김은범 대표는 “현역이라 해도 믿을 만큼 좋은 컨디션을 유지 중이다. 자마 모두 성장 속도나 성품이 뛰어나 빠르면 올해 하반기 경매에 좋은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리플나인은 한국 경마 사상 역대 최대 수득 상금 42억원의 주인공이다. 국산 최강마를 뽑는 대통령배를 4년 연속 우승했다. 트리플나인은 챌린저팜에서 이광림 대표의 관리 아래 씨수말로 데뷔한다. 이 대표는 “데뷔 첫해이지만 교배문의가 상당히 많아 70두 정도 교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부대로는 2011년 데뷔 직후 경남신문배 우승을 차지하며 대표 2세마로 발돋움했다. 2016년 씨수말로 전향한 첫해에만 52두를 생산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이듬해 탄생한 첫 자마 ‘라온여걸’이 2019년 데뷔와 함께 좋은 활약을 보이며 씨수말로서의 능력도 입증했다. 2018~2019년에 각 42두씩 교배하며 국산 씨수말 중 가장 많은 교배 성적을 거뒀다. 경부대로의 자마들은 지난해까지 총 103두가 경주마로 데뷔해 총 8억원의 상금을 수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