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핀테크(금융+기술)사들의 '디지털 인재' 모시기가 시작됐다. 반면 시중은행은 작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수시채용으로 필요한 인원을 채울 뿐이다. 은행권 수장들이 너도나도 '디지털 금융'을 강조하며 관련 부서를 키우고 있지만, 인재 채용에는 소극적이다.
23일 신한은행은 디지털영업부를 확대해 서울 9개 지역 75만여 명의 비대면 채널 선호 고객에게 전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영업부는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대면 채널과 동일한 수준의 종합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영업점이다. 신한은행의 디지털영업부는 지난 9월 개점 후 5개월 만에 고객 수 150% 증가, 수신 200% 증가, 여신 460%가 증가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The K 프로젝트'라는 디지털 전략을 축으로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며, 2년 동안 1500억원의 예산을 들였다.
우리은행은 권광석 행장이 경영목표로 제시한 '디지털 퍼스트,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위해 영업현장의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하나은행은 카드·증권·캐피털 등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서비스를 한곳에 모은 앱 '뉴 하나원큐'를 내세워 은행권 최초 얼굴 인증, 글로벌 페이 송금 등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행들은 이런 적극적인 디지털 움직임에 반해 인재 채용에는 무관심한 모습이다. 올해 역대급 구조조정에 나선 탓이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등 5대 은행에서 진행한 희망퇴직 인력은 무려 25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보다 800명가량이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금융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은행 영업점 수의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내 은행 점포(지점, 출장소 포함)는 6406개로 1년 새 303개가 감소했고, 지난 2015과 비교하면 875개가 줄어들었다.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농협은행만이 상반기 공채 일정을 내놨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60명 더 많은 34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채용절차 전반에 걸쳐 디지털 역량검증을 강화해 디지털 기본소양을 갖춘 우수 인재를 조기에 확보할 것이다”며 말했다.
이외 시중은행들은 올해도 상반기 공채보다는 수시채용만 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필요한 디지털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채용문이 좁아진 사이에 핀테크 기업의 금융 IT 인재 채용은 대규모로 열리고 있다. 더구나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고 있어 주목받는다.
가장 최근 카카오페이는 22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세 자릿수를 목표로 인력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모집분야는 개발·프로덕트·사업·브랜드 등인데, 개발자가 중심이다.
2017년 60명으로 출범한 카카오페이는 현재 임직원이 8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계획대로 상반기 100명을 포함해 총 300명 이상 채용하면 1100명 수준의 인력 규모로 확대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금융 IT 개발, 서버 개발 등 8개 분야에서 경력직 세 자릿수 채용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900명 수준인 카카오뱅크는 이번 채용을 거치면 1000여 명이 넘는 조직으로 확대된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퍼블리카도 올 1분기에만 개발자 중심으로 300명 이상 채용한다. 특히 올 하반기 제3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토스가 2분기 경력자 채용부터는 전 직장 연봉 최대 2배 조건을 내걸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최근 진행한 개발자 채용에서 "개발자 초임(학사)을 5000만원으로 인상해 실력 있는 개발자 모시기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와 역량에 따라 보상받는 성과 중심 문화를 통해 우수 인재 이탈 방지에도 힘을 쏟고 있다"며 "채용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한 단계 발전시킬 주니어급 인재를 확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