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이재학이 '초심'으로 돌아가 2021시즌을 준비한다. NC 제공 이재학(31·NC)은 지난해 11월 24일을 잊을 수 없다. NC가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한 역사적인 순간을 TV로 지켜봤다. 한국시리즈(KS) 엔트리에 탈락해 선수단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창원 NC파크에서 훈련 중인 이재학은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아쉬움을 말로 표현 못 한다. 정말 속이 많이 상했다"며 "내가 부진해서 일어난 일이니까 누굴 탓할 수도 없다. 그래서 더 속상했다. 나 자신에게 화도 많이 났다"고 털어놨다.
'부진'이 문제였다. 이재학은 지난해 5승 6패 평균자책점 6.55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이 0.295로 3할에 육박했다. 9이닝당 볼넷이 4.27개로 컨트롤까지 흔들렸다. 데뷔 때부터 이어온 투 피치(직구·체인지업) 레퍼토리가 벽에 부딪히면서 성적이 악화했다.
이동욱 감독은 KS를 앞두고 이재학의 컨디션을 체크했지만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재학을 대신해 KS 4선발로 투입된 신예 송명기가 깜짝 놀랄 만한 활약(2경기 6이닝 무실점)을 펼쳐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재학은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다.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좋지 않은 것들이 반복됐고, 그걸 극복하지 못했다"며 "컨디션이 좋을 때는 직구와 체인지업이 똑같은 릴리스 포인트와 힘으로 나간다는 게 느껴지는데 지난해에는 다르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KS 엔트리 탈락은 뼈아팠다. 이재학은 NC가 창단 첫 KS 무대를 밟은 2016년에도 엔트리에서 빠졌다. 당시 프로야구를 뒤흔든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여 포스트시즌을 뛰지 못했다. 경찰 수사 발표가 더디게 진행돼 고심 끝에 구단이 결단을 내렸다.
시즌 뒤 이재학은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돼 억울함을 풀었다. 그러나 데뷔 첫 KS 등판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이어 4년 만에 KS에 진출한 지난 시즌에도 이유는 달랐지만, KS 엔트리 제외라는 결과가 같았다.
이재학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구단 역사상 최다승(67승) 투수이자 창단 멤버이기도 한 그는 매년 3~4선발 자리를 확보한 채 스프링캠프를 치렀다. 그러나 올 시즌엔 다르다. 부상에서 재활 치료 중인 구창모가 복귀할 경우 드류 루친스키-웨스 파슨스-구창모-송명기까지 선발 네 자리가 확고하다. 5선발 한 자리를 놓고 신민혁·박정수·김태경 등과 경쟁해야 한다. 그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독하게 마음먹었다. 자존심도 많이 상해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조로운 투 피치는 극복해야 할 난제다. 매년 슬라이더 장착에 열을 올렸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이재학은 "항상 컷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처럼 체인지업의 (궤적과) 반대로 흘러가는 구종을 고려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난해 무너졌던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위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 익숙하지 않은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 이재학은 "찬밥과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지난해 마지막을 2군에서 보냈기 때문에 1군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선발이나 불펜 모두 어디서나 잘 던지는 게 좋은 투수라고 생각한다"며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