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29)가 파격 변신했다. 올 시즌 팀 캐치프레이즈(뉴 블루, 뉴 라이온즈)에 맞춰 ‘파란 머리’로 새 시즌 각오를 다졌다.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스프링캠프 훈련 중인 삼성 선수단에서 파랗게 머리를 물들인 라이블리는 단연 튄다. 그는 “주목 받고 싶어서 염색한 게 아니다. 동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이전엔 염색을 해본 적도 없다. 한국에 입국해 자가 격리를 끝낸 뒤 미용실로 가 머리색을 파랗게 바꿨다”고 했다.
동료들의 반응은 뜨겁다. 투수 최채흥은 “(라이블리가 괴짜라) 그럴 줄 알았다”고 말했다. 팬들도 “라이블리가 라이블루가 됐다”며 반긴다. 선수 자신도 만족하는 모습이다. 그는 “(주변 반응을 보니)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댄 스트레일리(롯데 자이언츠)와 애런 브룩스(KIA 타이거즈)에게 염색한 걸 알렸는데, 둘 다 재미있어 했다. 케이시 켈리(LG 트윈스)에게도 함께 머리를 물들이자고 제안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했다.
라이블리는 새 시즌에 머리색을 꾸준히 유지할 생각도 있다. 그는 “(염색)물이 빠질까 싶어 최대한 머리를 안 감으며 버틴다. 뿌리까지 한 번 더 염색할까도 고려 중이다. 일단 첫 등판에 경기가 잘 풀리면 머리색을 계속 유지하겠다. (코로나 19 상황이 나아져 관중 입장이 가능해지면) 팬들에게도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2019년 8월 삼성과 계약한 라이블리는 9경기에서 4승 4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부상 공백으로 21경기에 나가 6승 7패 평균자책점 4.26에 그쳤다.
다행히 복귀 이후 후반기 성적이 좋아 재계약할 수 있었다. 다만 연봉 총액(95만달러→90만)과 보장금액(70만→50만)이 모두 줄었다. 절치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이 재계약을 선택한 건 공격적인 투구 패턴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라이블리는 빠르게 스트라이크를 늘려가는 스타일이다. 탈삼진 능력도 탁월하다. 2019시즌 라이블리는 선발투수(50이닝 이상 기준) 중 이닝당 투구(14.5개)가 가장 적었다. 그런데 지난해엔 17.7개(90명 중 71위)로 늘었다.
라이블리는 “지난해엔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 했다. 이를테면 스트라이크존을 적당히 나눠 내가 목표한 영역 안에 던진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지나치게 구석을 찌르려 애썼다. 그러다보니 투구수가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 그는 탈삼진(95개)을 많이 잡았지만, 볼넷(51개)도 많았다.
올 시즌엔 마음가짐을 바꿨다. 그는 “포수 강민호는 ‘구위가 좋으니 가운데 꽂아넣어도 된다’고 격려한다. 노볼2스트라이크나 1볼2스트라이크에선 가급적 구석을 노리겠지만, 그 외엔 미리 그려놓은 구역 위주로 과감하게 찔러보겠다. 빠른 공이 장점인 만큼, 가장 자신 있는 공을 스트라이크존 안에 넣으려 한다”고 했다. 라이블리는 “때로 (강)민호가 주는 사인에 고개를 가로젓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리드를 믿는다. 한국 타자들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생활 3년차에 접어든 라이블리는 새 외국인 선수 호세 피렐라의 가이드 역할을 자처했다. 삼겹살과 양고기, 생선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음식점 몇 군데를 알려줬다. 두 시즌 연속 원투펀치를 이루는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과 사이도 좋다. 라이블리는 “(뷰캐넌은) 미국에서도 알던 사이라 편하다. 서로의 투구를 오래 봐왔기 때문에 개선할 점도 스스럼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목표는 ‘완주’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호기롭게 “15승”을 외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옆구리 통증으로 고생한 기억 때문이다.
라이블리는 “목표 투구 이닝수도 정해두지 않았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는 게 먼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