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현(47) GS칼텍스 감독이 지난달 28일 흥국생명전 승리(세트 스코어 3-1) 뒤 남긴 말이다. GS칼텍스는 이날 시즌 처음으로 리그 1위로 올라섰고, 개막 전 우승 후보 0순위로 평가된 흥국생명과 시즌 전적 동률(3승3패)을 이뤘다. 차 감독은 "(흥국생명에) 크고 작은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 선수들이 잘 버텨낸 덕분에 이런 결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상 선수가 많은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이 잘 메워줬다. 정말 대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흥국생명은 학폭(학교폭력) 사태로 물의를 빚은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출장 정지 처분을 받고 이탈한 뒤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고군분투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흥국생명이 내부 문제로 무너진 덕분에 GS칼텍스가 수혜를 입었다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GS칼텍스도 부상으로 이탈한 주축 선수가 많다. 탄탄한 팀 뎁스 덕분에 1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차상현 감독이 자부심을 드러낸 지점이다.
1위를 탈환한 흥국생명전에서도 변수가 있었다. 센터 김유리가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이미 블로킹 부문 1위를 달리던 주전 센터 한수지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했고, 그 자리를 메우던 권민지도 훈련 중 손가락 골절상을 당했다. 베테랑 김세영, 국가대표 출신 김주아가 버티고 있는 흥국생명과의 제공권 싸움에서 밀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입단 3년 차 라이트 문지윤이 센터로 나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다. 블로킹 2개 포함 8득점. 측면 공격수들에게만 향하던 흥국생명 블로커들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었다. 다른 센터 문명화도 1~4세트 모두 뛰며 유효 블로킹 4개 포함 3득점을 기록했다.
차상현 감독은 "보기에는 '그냥 이겼네'하는 시선도 있을 수 있지만, 라인 한쪽이 흔들리면 끝도 없이 무너지는 게 배구다. 문지윤과 문명화가 잘 버텨줬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며 두 선수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GS칼텍스는 이 경기에서 수비도 좋았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흥국생명에게 첫 패전을 선사한 지난해 KOVO컵 결승전을 연상시켰다. 차 감독은 번갈아 나서 수비를 이끈 리베로 한다혜와 한수진을 향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두 선수가 서브 리시브, 디그를 잘 해주기 때문에 안정감 있는 공격 세팅이 가능했다는 것. 특히 한수진을 향해서는 "최근 기량이 2~3단계는 성장한 모습이다. 배구를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시즌 초반 강소휘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는 '이적생' 유서연이 그 공백을 메웠다. 2019~20시즌에는 2년 차였던 박혜민이 레프트 한 자리를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GS칼텍스는 주축 공격수 이소영, 강소휘, 러츠에게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끊임없이 새 얼굴이 등장한다. 출전 시간이 짧고 조명은 받지 못해도, 주어진 임무에 소홀하지 않은 '언성(Unsung)' 킥둥이(GS칼텍스 선수들을 향한 애칭)들이 있다. GS칼텍스가 1위까지 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