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33·LG)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다. 정교한 타격 기술을 덕분에 '타격 기계'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6년 육성 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그는 2008년 지난해까지 딱 한 번만 3할 타율 달성에 실패(규정타석 기준)했다. 한 시즌 최저 타율이 0.291(2012년)였다. 대부분 선수가 목표로 삼는 3할 타율을 그는 어렵지 않게 달성했다. 기계처럼 쉬지 않았고, 정확했다. 별명이 딱 어울린다.
김현수의 개인 통산 타율은 0.322. 1982년 KBO리그 출범 후 통산 300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가운데 타율 4위에 해당한다.
그런 김현수도 KBO리그에 입성한 추신수(39·SSG)에 대해 "신수 형은 나랑 급이 다른 선수"라고 비교를 거부했다. 자신과 기량 차이가 너무 크다고 거듭 얘기했다.
김현수와 추신수의 첫 만남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였다. 이 대회에서 김현수는 타율 0.393(28타수 11안타)를 기록했다. 대표팀 타자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추신수는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아 타율 0.188(16타수 3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김현수는 추신수의 해결사 본능에 사로잡혔다. 그는 "(추)신수 형이 WBC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중요한 순간에 다 해줬다"고 회상했다. 추신수는 2009 WBC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 홈런으로 대표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타율 0.571, 3홈런, 11타점으로 대표팀의 금메달을 견인했다.
둘은 다른 유니폼을 입고 딱 한 번 맞붙었다. 2017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였다. 맞은편 더그아웃에서 바라본 추신수의 존재감과 위상은 커 보였다. 2016년 볼티모어에 입단한 김현수는 이듬해 7월 19일 추신수의 소속팀 텍사스와 맞붙었다. 추신수가 1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했고, 1회부터 볼티모어 딜론 번디로부터 선두타자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추신수가 이날 멀티 안타를 기록한 반면, 선발 명단에서 빠진 김현수는 8회 대타로 나와 병살타에 그쳤다. 김현수는 이날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는 "모든 면에서 나보다 열 수는 앞서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빅리그 진출 첫 시즌 0.302의 높은 타율을 올린 김현수는 2017시즌을 마치고 한국 무대로 돌아왔다. 2001년 부산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2021년 신세계에 입단, KBO리그 무대를 처음 밟는다.
공교롭게도 둘은 KBO리그에서 자주 비교될 것으로 보인다. 중심타자, 포지션, 그리고 팀 내 리더 역할까지 비슷한 점이 많아서다.
김현수는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5차례 품에 안았다. 추신수는 역대 최강의 도전자다. 게다가 추신수는 김현수와 같은 포지션인 좌익수로 나설 전망이다. 김원형 SSG 감독은 "우익수는 한유섬(개명 전 한동민)이 있다. 그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감독의 책임"이라며 "추신수도 '팀이 원한다면 어떤 포지션이든 뛸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MLB에서 우익수(통산 8109⅔이닝)로 주로 나섰지만, 좌익수(1722이닝)로도 꽤 뛰었다. 시즌이 시작되면 둘의 수비력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같은 좌타자로서 닮은 점이 많다. 장타력보다 정교함이 뛰어나다. 또한 볼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뛰어난 것도 공통점이다. 출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추신수는 빅리그 52경기(2018년) 연속 출루 기록을 갖고 있다. 김현수의 개인 통산 출루율은 4할(0.403)을 넘는다.
두 선수는 뛰어난 리더이기도 하다. 김현수는 2010년대 LG 선수로는 처음으로 3년 연속 주장에 선임됐다. '김현수 관장'으로 불릴 만큼 그의 훈련자세를 따르는 후배가 많다. 추신수도 마찬가지다. 아시아계 선수에게 장벽이 높은 미국 무대에서도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했다. SSG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김현수는 그런 대선배를 보며 "확실히 다르다", "많이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신수 형을 통해 나도 많이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