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현 GS칼텍스 감독(왼쪽부터)과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김우재 기업은행 감독이 18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0~21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컵에 손을 올리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2020~21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2년 전 '아픈 기억'을 끄집어냈다.
당시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GS칼텍스는 플레이오프에서 2위 한국도로공사와 맞붙었다. '30년 지기' 차상현 감독과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의 맞대결에 이목이 쏠렸다.
당시 정규시즌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한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어느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왔으면 좋겠나'라는 질문에 "누가 챔프전 상대로 결정되든 플레이오프에서 김천-서울-김천을 오가며 많은 세트를 치르고 왔으면 좋겠다"라고 다했다. 최종 3차전까지, 또 매 경기 풀 세트 접전을 펼치며 양 팀 선수들이 체력을 소진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한 것이다.
박미희 감독의 바람은 현실로 이뤄졌다. 한국도로공사와 GS칼텍스는 3차전까지 매 경기 5세트 승부를 겨뤘다. 더군다나 김천(2위 도로공사 홈)-서울-김천을 오가며, 닷새 동안 세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펼쳤다. 한국도로공사가 이겼지만, 치열한 혈투의 여파는 컸다.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도로공사를 3승 1패로 누르고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차상현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차상현 감독은 2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GS칼텍스가 챔프전에 직행했고,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이겨야 우승컵을 놓고 다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1위 팀 사령탑에게 2년 전과 비슷한 질문이 나오자 차상현 감독은 "재작년 박미희 감독께서 '김천과 서울을 오가며 5세트씩 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실제로 (3경기 동안) 15세트를 펼쳤다"라고 했다. 이어 "올해는 가볍게 14세트만 하고 올라왔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박미희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옆에 있던 박미희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곧바로 응수했다. 박 감독은 "이번엔 (흥국생명의 홈 인천과 IBK기업은행의 홈 화성에서 열리므로) 가깝다"라고 맞받아쳤다. 박미희 감독은 이어 "플레이오프를 2차전에서 끝내고 (체력을 비축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양 팀은 지난여름부터 뜨거운 맞대결을 벌였다. KOVO컵 결승에서 GS칼텍스가 예상을 깨고 흥국생명을 3-0으로 격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규시즌에선 3승 3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KOVO컵, 정규시즌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노리는 차상현 감독은 "(우승을) 달성하면 영광스러울 것이다. 우리가 준비한 플레이를 선보이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