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창원 NC파크에서 최고의 화제는 추신수의 방망이였다. NC와 시범경기가 비로 취소되기 전 김원형 SSG 감독은 "추신수가 훈련할 때 보면 생각보다 (스윙이) 무디더라. 그런데 알고 보니 배트 무게가 1㎏(실제 992g)이었다. 처음엔 무게가 그 정도인지 몰랐다. (그 정도 무게 배트를 사용할 정도로) 아직 힘이 되는구나 싶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배트가 무거울수록 장타 생산에 용이하다'고 생각해 하나같이 묵직한 배트를 손에 잡았다. 이후 배트 스피드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더 빠른 스윙을 위해 배트 무게가 점점 줄어들었다. 가볍고 반발력이 좋은 단풍나무 배트가 나오기 전에는 1kg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도 있었지만, 현재 KBO리그 대부분의 타자는 900g 이하의 배트를 사용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도 마찬가지다. 1914년 데뷔해 MLB 통산 714홈런을 때려낸 베이브 루스는 무게가 무려 1.4㎏(50온스) 이상인 배트를 사용했다. 하지만 1939년 데뷔한 테드 윌리엄스 이후 무게가 992g(35온스) 이상인 배트가 거의 사라졌다. 1977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로드 커류, 통산 15회 올스타에 선정된 아지 스미스가 현역 때 사용한 배트 무게는 822g(29온스)이었다. 김원형 감독이 언급한 '추신수의 1㎏ 배트'가 유독 눈길을 끌었던 이유다.
그러나 추신수가 경기 중에도 1㎏ 배트를 휘두르는 건 아니다. 경기 때 사용하는 배트 제원은 87.63㎝(34.5인치), 893g(31.5온스)이다. 훈련 때와 비교하면 약 100g 정도 무게가 덜 나간다. 추신수는 학창 시절 팔·다리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인데 경기 전 무거운 배트를 사용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이다. 그는 "무거운 배트로 연습하다 경기에서 가벼운 것으로 때려내면 스윙 스피드가 늘어날 거라는 기대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 또한 KBO리그 내 많은 선수가 선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키움 박병호처럼 동일한 제원의 배트(33.5인치, 880g)를 쓰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훈련 때 무거운 걸 든다. NC 나성범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눠 배트를 사용한다. 스프링캠프 시작할 때는 34인치, 1㎏짜리 배트를 휘두른다. 보름 정도 후 30인치, 940g으로 줄인 뒤 정규시즌에는 34인치, 900g 배트를 장착한다.
삼성 김동엽은 "훈련 전 몸을 풀 때는 36인치에 1㎏이 넘는 배트를 몇 번 돌린다. 그다음 34.5인치에 960~70g 배트를 사용한다. 시즌 때 쓰는 배트는 34인치에 900g"이라고 밝혔다. 삼성 팀 동료 오재일은 연습경기나 시범경기에선 34.5인치, 950g 배트, 시즌 때는 34인치, 890g 배트를 애용한다. 경기 전후로 사용하는 배트 제원이 추신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길고 더 무거운 걸 드는 선수가 꽤 많다
하지만 거포 유형이 아니라면 1㎏ 배트는 말 그대로 '넘사벽'이다. 통산 타율이 0.330인 교타자 NC 박민우는 비시즌 때 920~30g, 시즌 때 860~70g 배트를 유지한다. 팀 동료인 이명기도 비슷하다. 비시즌 때 가장 무겁게 드는 배트 무게가 950g 정도로 1㎏에 미치지 못한다. A 구단 관계자는 "시즌 때 웬만한 무게의 배트를 들지 않는 이상 훈련 때 1㎏의 배트를 돌리는 게 쉽지 않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신수의 경기 전 1㎏ 배트가 대단한 것도 바로 이 이유다. 불혹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웬만한 거포들과 비슷한 배트로 훈련하는 셈이다. ‘에이징 커브’를 고려하면 배트 무게를 줄여 효율성을 키울 수 있지만, 추신수는 아니다. 미국에서 했던 방법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는 "그만큼 신수는 몸 관리를 잘했고 힘이 대단한 선수라 볼 수 있다"라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