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 아니라 '어우항(어차피 우승은 항공)'이다. 남자배구 대한항공이 정규시즌 1위를 눈앞에 뒀다.
대한항공은 21일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3연승을 달린 대한항공은 23승10패(승점67)를 기록했다. 2위 우리카드(20승12패, 승점58)와는 승점 9점 차다. 남은 4경기에서 2승만 거두면 1위로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에 직행한다. 빠르면 23일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우승 축포를 쏴올릴 수 있다. 대한항공으로선 2018~19시즌 이후 2년 만의 정상 복귀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중단된 지난시즌 2위(23승8패, 승점65)를 기록했다. 구단 내부에선 아쉬움이 컸다. 시즌 막판 9연승을 달려 1위 우리카드(25승7패, 승점69)를 바짝 따라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야말로 정규시즌은 물론 통합우승까지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올해도 사실 대한항공은 우리카드와 함께 양강으로 꼽혔다. 정지석-곽승석이란 국가대표 레프트진이 건재했고, 라이트 임동혁이 컵대회에서 성장했다. 주전 한선수-백업 유광우 세터진도 7개 구단 최강. 득점 및 공격종합 1위에 올랐던 안드레스 비예나(28·스페인)도 재계약했다. 개막과 동시에 악재가 터졌다. 국가대표팀 차출 이후 늦게 합류한 비예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출전과 휴식을 거듭하던 비예나는 10경기에서 159득점을 올리는 데 그친 뒤 방출됐다.
시즌 중에도 악재는 여러 개 발생했다.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지나친 항의로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미들블로커 진지위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을 받으며 이탈했다. 최근엔 구단 직원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접촉한 세터 한선수가 자가격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 모든 걸 이겨냈다. 지난 오프시즌 동안 기량이 급상승한 임동혁은 비예나가 비운 라이트 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덕분에 대한항공은 꾸준히 선두 다툼을 벌였다. 정지석은 강서브까지 장착하면서, 이미 개인 최다 득점을 뛰어넘었다. 한선수가 안 좋을 땐 유광우와 황승빈이 메웠다. 뒤늦게 합류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대한항공은 5라운드까지 한 번도 라운드 성적 1위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하게 달려 마지막에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대한항공의 마지막 목표는 통합 우승이다. 대한항공은 정규시즌 1위는 세 번, 챔프전 우승도 한 번 차지했지만 통합 우승을 차지한 적은 없다. 이번이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