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54) 두산 감독이 2021년 스프링캠프 첫날(2월 1일), 주축 타자였던 최주환(SSG)과 오재일(삼성)이 이적하며 공격력이 약화된 상황을 두고 남긴 말이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공백이 생긴 자리를 자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며 "그 과정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고 했다. 캠프 기간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유도했고, 현재 소화 중인 시범경기를 통해 옥석을 고르고 있다.
선발 라인업, 투수진 보직 등 중요한 선택은 감독의 몫이다. 김태형 감독도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올해는 김 감독의 용병술이 유독 중요해졌다. 두산은 최근 6시즌(2015~20)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 강팀이지만, 예년보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KS 진출을 이끈 원투 펀치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이 다른 리그로 이적했다. 새 외국인 투수들은 기대보다 우려를 주고 있다. 아리엘 미란다는 지난 22일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⅔이닝 동안 5볼넷 7실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투수지만, 변화구 제구력은 정교하지 않았다. 다른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도 지난 17일 등판한 LG와의 평가전에서 2이닝 동안 3점을 내줬다. 우타자 몸쪽 제구가 형편없었다.
국내 선발진도 정해지지 않았다. 8년(2013~20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베테랑 유희관은 계약이 늦어진 탓에 다른 선수들보다 시즌 준비가 늦었다. 2019시즌 17승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인정받은 이영하는 최근 학폭(학교폭력) 논란에 시달리며 심신으로 혼란스러운 상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한 우완 김민규는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다.
뒷문도 계산이 서지 않는다. 지난해 셋업맨 이승진을 마무리 투수로 내세웠다. 부족한 경험은 큰 변수다. 1루도 주인이 없다. 신성현과 김민혁이 주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지만, 타격과 수비 모두 '전임' 오재일에 비할 바 아니다.
이토록 많은 미지수를 시범경기 기간에 모두 채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해 두산은 개막 로테이션과 선발 라인업이 무의미하다. 개막 초반 잃은 승수가 우승을 노리는 두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김태형 감독의 판단력과 빠른 대처가 4월 레이스를 좌우할 전망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도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렸던 마무리 투수 이형범을 시즌 7번째 경기 만에 교체했다. 선발 투수 이용찬과 플렉센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는 최원준, 박종기 등 젊은 투수들을 대체 선발로 내세워 공백을 메웠다. 시즌 중반에는 선발 이영하와 마무리 투수 함덕주의 보직을 맞바꿨다. 기민하고 적합한 대처를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은 23일 열린 잠실 한화전에서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1루수로 내세웠다. 시범경기 개막 직전까지는 지양했던 선택이다. 2년(2019~20시즌) 연속 리그 안타왕을 차지한 페르난데스가 타석에 더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러나 1루수 후보들이 주전에 걸맞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고, 다른 옵션에 눈을 돌렸다. 올해 김 감독은 더 자주, 더 많이 결단을 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