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내수 강자=세단'이란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넓은 실내 공간과 트렁크 용량을 앞세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한 레저용 차량(RV)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세단도 소비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실내와 트렁크 적재 공간이 넉넉해 SUV 못지않은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다. 캠핑카로도 손색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중형 세단은 전년 대비 2.5% 판매량이 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RV 차종은 12.0%나 증가했다.
세단 대비 SUV 장점은 험로 주행, 실용성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대 강점 아무래도 '공간'이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을 살펴보면 공간이 그리 부족한 것도 아니다. 중형 세단임에도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 혼다코리아가 지난달 선보인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하면 트렁크 공간이 넓은 편이다. 구동을 위한 부품이 많은 하이브리드 차량 특성상 트렁크 부피가 줄어들곤 하는데 어코드는 넉넉한 적재 공간을 갖췄다.
또 뒷좌석 접이가 가능해 트렁크 위쪽에 있는 레버를 당겨 뒷좌석을 접으면 차량 실내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사람이 누울 만한 자리가 나온다. '차박'을 권장할 정도는 아니지만, 길이가 긴 짐을 싣기에는 적당하다.
다른 세단의 트렁크 용량 역시 웬만한 냉장고와 비슷한 500ℓ대가 즐비하다.
폭스바겐 제타는 510ℓ,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510ℓ, 기아 K3는 503ℓ, 토요타 프리우스 AWD는 502ℓ다. 프리우스 AWD의 경우 2열 시트 60대 40 폴딩도 가능하다.
국내 중형 세단 중에서도 트렁크 용량이 비교적 큰 모델은 르노의 SM6다. 가로 1470mm, 세로 1190mm, 높이는 590mm로 총 571ℓ 용량이다. 캠핑하기 좋은 패밀리 세단으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넉넉한 트렁크 용량을 가지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미니 벨로와 같은 접이식 자전거는 물론, 보통 18인치인 아이들 자전거도 실을 수 있다"며 "가로 길이가 125cm인 골프백 2개, 갖가지 용품을 넣은 높이 약 50cm인 캠핑박스 2개, 리빙 박스 2개와 보스턴백과 같은 물품들도 한꺼번에 적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SM6 LPe 모델은 트렁크도 넓은 편이다. 도넛탱크 기술을 적용해 가솔린 모델과 비교했을 때 80~90% 수준의 트렁크 공간을 제공한다. 도넛 탱크는 평평한 환형 탱크로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장착해 기존 트렁크 절반을 차지하던 LPG 연료 탱크 문제를 해소했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LPG 차량보다 트렁크 체감 공간이 40% 가까이 향상되어 캠핑용품, 골프백, 여행용 가방과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목발 등 대형 수화물 적재가 자유로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시되는 세단들은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에 더해 SUV 못지않은 넉넉한 공간까지 갖추고 있다"며 "캠핑 등 야외활동을 위해 SUV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