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곤 조교사는 1982년 기수로 들어와 경마장에서 대상경주 트로피를 안기까지 28년이 걸렸다. 박 조교사는 특히 2015년부터 물이 오른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매년 두 자릿수의 승률과 10억원이 넘는 순위 상금을 유지하고 있다. 명마 ’청담도끼‘를 만나서는 승승장구에 가속도가 붙었다. 청담도끼가 안겨준 트로피만 8개다. 서울 경마공원 조교사 중 열 손가락 안에 가뿐히 든다. 상위권 성적까지 약 20년이 걸린 역주행이다.
1997년 박종곤 조교사의 데뷔 후 첫 2~3개월은 빈 마방이었다. 우연히 선배 조교사의 말 12두를 받아 조교사 생활을 시작했으나 처음부터 성적이 좋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다 2013년 7월 경주마 ’마리대물‘을 만나며 조교사 생활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성적이 정체됐던 마리대물을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며 살뜰히 돌봤다. 마리대물은 그해 KRA컵 클래식의 트로피를 안겨줬다.
박 조교사는 손수 풀 뜯어 먹이는 조교사로도 유명하다. 민들레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경주마들이 좋아해 경마공원 주변에서 직접 채취해 먹이곤 한다. 자식 같은 경주마들이 맛있게 먹으면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박 조교사는 “심청사달, 마음이 깨끗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말이 좌우명이다. 욕심을 버리고 그저 열심히 정성을 다하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훈련시키는 경주마들을 정성을 다해 가꾸다 보면, 혈통이 좋지 않은 경주마일지라도 성적을 내준다. 이것이 보람되어 조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도에 데뷔해 올해로 23년 차인 베테랑 이준철 기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해 승률 22.6%, 복승률 35.8%라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말 그대로 역주행했다. 다승 또한 2019년 23위에서 13계단이 오른 다승 10위, 24승을 달성하며 톱10에 올랐다. 출전 경주 수가 10위권 내에서 가장 적었음(106회)에도 불구하고 문세영 기수 다음의 승률을 이뤄냈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 기수는 모든 주변 사람들의 덕이라며 공을 돌렸다. 십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김대근 조교사(48조)와 말도 보러 다니면서 안목을 길렀고 마주, 조교사, 관리사들과의 좋은 팀워크가 한몫했다.
지난해 기승했던 경주마들도 한국 경마계에 떠오르는 샛별들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출전에 4번 우승을 기록하며 남다른 성적을 내는 ’흥바라기‘는 이 기수와의 호흡과 함께 3세마 다크호스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코리안더비 3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3위를 거둔 흥행질주도 성장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그는 “승마 선수 출신인 아내에게 말을 세심히 다루는 법, 굴레나 재갈을 왜 써야 하는지 등 기본 마술에 대해 세심히 조언을 받았다”며 “경마가 정상적으로 돌아왔을 때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