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성(KT·25)이 2020 정규시즌 기록한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39.7㎞다. 최고 구속은 142~3㎞에 불과했다. 2019시즌은 143.3㎞(이상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까지 찍혔다. 140㎞대 후반, 강속구를 뿌렸다. 1년 사이에 구속이 크게 떨어진 것.
일종의 '2년 차 징크스'였다. 배제성은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을 소화한 2019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2019년 마무리캠프부터) 몸에 통증이 많았다. 보강 훈련에 매진하느라 웨이트 트레이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여파가 2020시즌에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시즌 중에는 (오른쪽) 팔이 잘 안 올라왔고, 세게 던져도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던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게 상황이 흘러갔다"고 돌아봤다.
이강철 KT 감독도 "풀타임을 처음으로 치른 뒤 팔이 떨어진 게 보였다. 2020시즌은 억지로 버티는 게 보였다. 올해는 일단 투구를 지켜보고, 쉬는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군대를 보낼 생각도 했다"며 배제성의 구위 저하를 주목했다고.
배제성은 2020시즌, 구위 저하에 시달리면서도 10승(7패)을 거뒀다. 평균자책점(3.95)도 나쁘지 않았다.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지다 보니, 변화구 구사 효과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더 정교한 제구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타자와의 수 싸움을 위해 공부도 많이 했다. 호투 뒤에는 도움을 준 포수 장성우를 향해 "고맙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당시 배제성은 '버틴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그는 "'3점을 내주면 4점, 7실점하면 8번째 실점은 막아내자'는 자세로 공을 던졌다. 납득할 수 없는 투구를 해도 책임감을 갖고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 '끝까지 해야 한다'는 정신력이 키워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팔 각도가 높아지지 않았던 탓에, 구속과 공 끝의 힘이 떨어졌지만 1이닝이라도 더 막아야 하는 선발 투수이기에 마음을 다잡았다. 배제성은 2019시즌에도 "승수보다는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선발 투수의 임무"라고 말한 바 있다.
다가올 2021시즌은 더 좋은 투구가 기대된다. 구위가 돌아왔다. 배제성은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 피칭에서 시속 148㎞를 찍었다. 지난 25일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도 147㎞를 기록했다. 배제성은 "올 시즌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원래 힘이 약한 편이라 높은 강도는 소화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했다. 지금은 세게 던지지 않아도 작년보다 구속이 더 나온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도 "'저 친구(배제성)을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2018년 마무리캠프 때 투구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며 반겼다. "2년 연속 풀타임 선발로 나선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전했다.
배제성은 스프링캠프에서 특별 인스트럭터로 KT 투수진을 지도한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25일 한화전 등판에 나섰다. 선 감독은 배제성에게 "겨우내 준비를 잘 했으니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고 평소처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남겼다고. 선 감독의 눈에도 배제성의 준비 상태는 매우 좋았다. 배제성은 "올해는 꼭 규정 이닝을 채우겠다. 평균자책점과 이닝 소화에 더 신경쓰겠다"는 시즌 목표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