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여자 배구 사상 처음으로 트레블(KOVO컵·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단일 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스포츠 격언을 그들이 증명해 보였다.
GS칼텍스는 지난달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3승제)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25-23, 25-22, 19-25, 17-25, 15-7)로 승리했다. 시리즈 3연승을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외국인 선수 러츠가 37득점 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주포' 이소영이 승부처였던 5세트에서만 6득점(공격성공률 62.5%)을 기록하며 해결사로 나섰다. 두 선수는 기자단 투표에서 11표씩 획득, 역대 처음으로 챔프전 공동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올 시즌 GS칼텍스의 레이스는 '타도 흥국생명'으로 요약할 수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4월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이다영(세터)을 영입했고, 국내 최고 레프트 이재영과 재계약했다. 6월에는 '배구 여제' 김연경이 복귀하며 우승 후보 0순위로 평가됐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러나 GS칼텍스는 V리그 전초전이었던 KOVO컵 결승에서 흥국생명에 완승, 파란을 예고했다. V리그 개막 뒤에도 10연승을 달리던 흥국생명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2월 28일 6라운드 맞대결에서 승리, 리그 1위를 탈환한 뒤 수성까지 성공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챔프전 1·2차전에서는 모두 무실세트로 승리했다.
GS칼텍스의 강점은 이소영·강소휘·러츠가 이끄는 공격진이다. 챔프전에서도 세 선수가 팀 전체 득점(251점)의 65.3%(164점)를 합작했다. 선수층도 탄탄하다. 세터 안혜진이 올 시즌 급성장했고, 약점으로 지목됐던 센터진도 신·구 협업을 통해 보완했다. 유서연, 권민지 등 백업 공격진도 존재감이 있었다.
팀 분위기도 매우 좋다. 지난 2월 5일 흥국생명전에서 승리한 뒤, GS칼텍스 선수들이 데뷔 첫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선 베테랑 센터 김유리를 격려하고 함께 우는 장면이 방송돼 큰 화제를 만들었다. 〈본지 2월 8일자 1면〉
그 중심에 차상현 감독이 있다. 2016~17시즌, 자진사퇴한 이선구 전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그는 매 시즌 GS칼텍스의 순위를 한 단계씩 끌어올리며 리그 정상까지 이끌었다. 그의 첫째 원칙이 '팀 퍼스트'다. 차상현 감독은 "어느 시점이 되면 팀워크가 선수들의 기량(전력)을 넘어설 때가 온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부임 직후 성적보다는 변화를 추구했고, 선수단이 하나가 되도록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구단 공식 동영상 채널을 통해 선수들이 차상현 감독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선수 강소휘가 차상현 감독의 흰머리를 뽑아주는 장면, 마치 친남매 같은 느낌을 주는 김유리와의 대화가 그랬다. 그의 별명 '차노스(차상현+영화 '어벤저스'의 캐릭터 타노스)'도 선수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런 차상현 감독이 용납하지 못하는 게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이다. 그는 "팀워크를 흔드는 선수는 심하게 혼을 낸다. 벌금제를 운영하기도 한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좋은 분위기는 결코 연출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GS칼텍스에도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있다. 차상현 감독이 선수단을 뭉치게 한 덕분에 '원팀(One-Team)'이 될 수 있었다. 주장 이소영도 "부임 뒤 다섯 시즌 동안 항상 팀워크를 강조했다. (차상현) 감독님이기 때문에 원팀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주축 선수들의 기량이 매년 성장했고, 팀워크도 점점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