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팀 스포츠’다. 2020~21시즌 여자 프로배구 우승팀 GS칼텍스가 그 진리를 보여줬다.
GS칼텍스는 지난달 30일 끝난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챔프전, 5전 3승제)에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1~2차전은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했고, 원정 경기였던 3차전도 3-2로 이겼다. 이로써 GS칼텍스는 창단 후 첫 통합 우승과 함께, 여자부 첫 트레블(컵대회, 정규리그, 챔프전 3관왕) 위업을 달성했다.
외국인 선수 러츠가 공격의 중심을 잡고, 이소영·강소휘가 측면 지원하는 ‘황금 삼각편대’가 위력을 발휘했다. 러츠와 이소영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유효표 31표 중 11표씩 나눠 받아 사상 처음 공동 MVP가 됐다. 강소휘도 8표를 얻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원팀(one team)’ GS칼텍스의 강점을 보여준 결과다.
러츠와 이소영은 MVP 수상 직후 약속이라도 한 듯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이소영은 “끝까지 우승이라는 목표를 놓치지 않은 덕에 트레블 영광도 따라온 것 같다. 팀원들이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서로 믿으며 경기해 준 점이 고맙다. 배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시즌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러츠도 “정규리그에서 역전으로 1위를 하고, 챔프전 우승까지 달성해 정말 기쁘다. 팀원 모두 자랑스럽고, 내가 팀의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국가대표 쌍둥이 이재영-다영 자매가 학교 폭력으로 이탈한 공백을 끝내 메우지 못했다. ‘월드 스타’ 김연경이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고군분투했지만, 정규리그 1위 팀을 그 혼자 감당한다는 건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 12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와 우승을 꿈꿨던 그의 희망도 끝내 무산됐다.
시즌을 마친 여자 프로배구의 관심은 자유계약선수(FA) ‘빅3’ 김연경, 이소영, 강소휘 거취에 쏠린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했다. 향후 거취는 미정이다. 해외 진출 가능성은 열려 있다. 흥국생명에 남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올 시즌 팀 안팎에서 마음고생을 했기에 더 그렇다.
김연경은 “이번에는 솔직히 ‘빨리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기도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엔 날짜를 헤아리기보다 ‘남은 기간 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다.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후배들이 옆에서 도와줘서 잘 이겨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연경에게 해외 구단들은 여전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가대표 에이스인 그는 일단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는 도쿄올림픽 준비에 집중한다는 마음가짐이다. 김연경은 “(다음) 소속팀에 대한 생각은 안 하고 있다. 그동안 관심을 표현한 팀들도 있지만, 천천히 정하고 싶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폭넓게 생각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나란히 FA가 된 이소영과 강소휘는 비시즌을 앞둔 우승팀 GS칼텍스의 최대 고민거리다. 둘 다 붙잡는 게 팀으로선 최상이다. 그렇지 못하면 다음 시즌 전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두 선수 모두 팀에 대한 애착이 깊은 건 확실하다. 다만 선수의 미래와 큰 경제적 보상이 걸린 FA 계약은 또 다른 문제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이소영과 강소휘에게 ‘돈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고 말하고 싶다. 계약할 때 팀의 소중함을 깊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읍소 아닌 읍소도 했다. 이소영은 “(감독님이 자꾸 전화하실까 봐) 전화기를 꺼놓아야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자신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라는 걸 알기에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