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야구인생을 보냈던 김호재. 오재일과 이성규의 연쇄 부상으로 삼성의 1루수로 출전할 기회를 잡을 전망이다. 삼성 제공 비상 걸린 삼성의 1루수 자리. 김호재(26)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허삼영 감독은 지난달 29일 이성규(28)의 백업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호재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은 주전 1루수 오재일(35)이 복사근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었다. 5주 재활 치료 진단이 나와 개막전(3일 고척키움전) 출전이 불발됐다. 허 감독은 백업 1루수 이성규를 주전으로 올리고 이성규의 백업으로 김호재를 염두에 뒀다. 그는 "김호재가 그 준비(백업 1루수)를 해왔다.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런데 하루 만에 또 다른 '부상' 변수가 터졌다. 이번엔 이성규가 쓰러졌다. 30일 수비 훈련 중 공을 잘못 밟아 왼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구단 관계자는 "보통 발목 인대 파열은 4개월 정도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정확한 복귀 시점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4개월 공백이면 사실상 전반기 아웃. 주전 오재일에 이어 백업 이성규까지 다치면서 삼성의 1루수 자리는 무주공산이 됐다.
자연스럽게 김호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호재는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인 30일 대구 두산전에서 1루수 테스트를 받았다.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회 수비부터 1루수로 투입됐다. 허삼영 감독은 선발 1루수 이원석을 3루로 보내 김호재와 이원석의 수비 포지션을 스위치 했다. 김호재는 경기 내내 큰 문제 없이 수비를 마쳤다. 공격에선 2루타 포함 4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정규시즌에서도 30일 경기처럼 김호재와 이원석을 번갈아 가면서 1루수로 기용할 게 유력하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인 김호재. 삼성 제공 허삼영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상황에 맞게 대처할 생각이다. 옵션을 2개 정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강한울을 3루수, 이원석을 1루수로 투입하는 방법과 이원석을 3루수, 김호재를 1루수로 기용하는 방법 등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팀은 위기지만 선수에겐 기회다. 장충고를 졸업한 김호재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미지명됐다. 이후 어렵게 육성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지만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2015년 10월에는 현역으로 입대해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제1경비단에서 복무, 2017년 7월 만기 전역했다. 2018시즌 고대하던 1군 데뷔 꿈을 이뤘고 백업 자원으로 1, 2군을 오갔다. 지난 시즌엔 커리어 하이인 65경기를 소화해 타율 0.322(118타수 38안타), 1홈런, 10타점을 올렸다. 올 시즌 1군 백업 자원으로 분류됐지만, 오재일과 이성규의 연쇄 부상으로 인해 개막전을 뛸 가능성이 커졌다.
김호재는 "고등학교 때 1루 수비를 잠깐 한 적이 있어서 큰 부담은 없다"며 "어느 자리든 상관없다. 팀이 필요한 곳이면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