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시범경기가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됐다. 3회초 무사 강백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3.21/ 타율 0.627·OPS(출루율+장타율) 1.839.
KT 4번 타자 강백호(22)가 시범경기에서 남긴 성적이다. 21타석에 들어섰고 2루타 2개, 홈런 2개를 쳤다. 삼진은 2개. 리허설 무대의 퍼포먼스지만, 놀랄 만한 타격감을 보여줬다. 홈런 2개는 지난달 30일 출전한 KIA전에서 나왔다. 1회 초 2사 3루에서 KIA 외국인 투수 다니엘 멩덴의 시속 144㎞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겼다. 그 앞에 변화구 승부에서 말려들지 않은 점이 더 돋보였다. 5회 초 1사 1루에서도 멩덴 상대로 아치를 그렸다. 이 승부는 낮은 코스 시속 127㎞ 슬라이더였다. 멩덴은 강백호가 지난 19일 평가전에서 2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투수다. 완벽하게 설욕했다.
강백호는 이번 겨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화했다.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김하성과 같은 트레이닝 센터에서 몸을 만들었다. 그는 1차 스프링캠프 인터뷰에서 "원래 쇠(운동 기구)랑 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했다"며 "시즌 개막 뒤에도 해볼 생각이다"라고 했다.
힘만 좋아진 건 아니다. 이강철 감독은 평가전과 시범경기에서 강백호의 타격을 보고 "페이스가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다. 더 간결한 스윙을 하며 타이밍을 잘 잡기 위해 더 노력하는 모습이다. (연습경기에서도) 떨어지는 공을 잘 보는 느낌이다"고 전했다. 지난해는 '몸통 스윙' 강도를 높인 탓에 헛스윙 뒤 폴로 스루(follow through)에서 배트를 제동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뱅그르르 돌기도 했다. 올해는 헛스윙도 많지 않지만, 조금 더 간결해진 느낌을 준다.
KT 강백호. KT 제공 강백호는 데뷔 시즌(2018) 29홈런을 치며 역대 고졸 신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19시즌은 16개 감소한 13개를 기록했고, 지난해 다시 10개가 증가한 23개를 쳤다. '장타력'이 좋은 타자지만, 아직 한 시즌 30홈런은 밟아보지 못했다.
봉중근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국내 선수 중에는 박병호와 김재환이 2021시즌 홈런왕 경쟁을 할 것 같다. 두 선수 중에는 박병호가 우세할 것 같다. LG 외국인 타자 라모스도 홈런왕 후보"라고 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도 "새로운 얼굴이 나오길 바라지만, 아직은 국내 타자 중 박병호를 넘어설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면, 타이틀에 가장 근접한 선수"고 했다.
반면 심수창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강백호를 꼽는다"고 했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 타자다. 스윙도 전형적인 홈런 스윙이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잠재력이 남아 있고, 성장세도 가파른 편이다. 팀 상황과 선수 의지도 예년보다 더 많은 홈런을 기대할만하다. 강백호는 "(2020시즌 MVP) 로하스의 (일본 무대) 이적 공백을 남은 선수들이 메워야 한다"고 했다. 꼭 홈런 증가를 위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건 아니지만,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29개)은 다시 쓰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강백호는 박병호, 이대호 등 1980년대생 선수들이 여전히 쥐고 있는 국가대표 1루수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선수다. 그 시점이 오는 7월 열릴 예정인 도쿄 올림픽이면 더 좋다. 지난해는 1루수로 포지션 전환을 했던 첫 시즌이었다면, 올해는 수비 부담을 덜고 홈런 등 장타 생산이 조금 더 늘어야 국가대표팀 승선을 넘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 데뷔 4년 차, 네 차례 스프링캠프와 세 차례 정규시즌을 소화한 뒤 다시 무대에 오른다. 큰 폭으로 도약해 최고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