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우주 산업과 에어모빌리티(공중 이동수단)에 대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조타수 역할을 맡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달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우주 산업에 진출했다. 스페이스 허브에는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한다. 그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수한 민간 인공위성 기업 쎄트렉아이도 포함됐다.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되고 있는 에어모빌리티가 우주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에어모빌리티 사업에 필요한 위성통신과 지휘통제 시스템 등이 다 우주 산업 기술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화 시스템은 2019년 미국의 오버에어사를 지분(30%)을 인수해 함께 에어모빌리티 기체 '버터플라이'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무인기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모터 기술을 보유한 오버에어사의 기술이 더해져 한화는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에어택시 분야에서 현대차보다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올해 상반기 중 버터플라이의 전기 추진 시스템을 시험할 예정이다. 2024년까지 기체 개발을 끝내고, 2025년에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는 2030년까지 에어모빌리티 사업 예상 매출을 11조4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2026년 화물용 미래모빌리티를 선보인 뒤 2028년 수소로 구동되는 UAM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전기, 현대차는 수소 기반이라 추진 시스템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를 비롯한 우주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연구에 따르면 2017년 3480억 달러(약 393조원)였던 우주 산업 시장이 민간기업 주도 하에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22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도 민간 우주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 우주 산업 기술이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화는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29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한화시스템은 향후 3년 동안 위성통신 신사업에 5000억원, 에어모빌리티 사업에 4500억원,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2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 측은 “2023년까지 독자 통신위성을 쏘아 올려 저궤도 위성통신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며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화시스템은 2025년 저궤도 위성통신의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유상증자를 통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으로 2030년까지 매출 2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1조6429억원이었던 2020년 매출의 14배 규모에 해당한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들이 스페이스 허브의 중심이기도 하다. 김동관 사장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엔지니어들과 함께 우주로 가는 지름길을 찾겠다”며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게 우주 산업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