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문턱을 넘기 전 아이유가 20대의 삶을 총망라한 음악을 내놓았다. 최근 발매한 정규 5집 'LILAC(라일락)'엔 아이유의 20대가 담겨있다.
라일락의 꽃말은 젊은 날의 추억. 앨범 타이틀이 '라일락'인 이유다.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이번 앨범은 그동안 아이유가 선보인 나이 시리즈를 전면에 내걸진 않았다. 하지만 성장하고 변화한 스물아홉 아이유의 이야기와 정서가 곳곳에 담겨있다. '스물셋'에선 방황, '팔레트'에선 성장, '에잇'에선 무력감이 느껴졌다면 이번 앨범의 수록곡 '아이와 나의 바다'에선 조금씩 인생의 답을 찾아간다. '작은 두려움 아래 천천히 두 눈을 뜨면/세상은 그렇게 모든 순간/내게로 와 눈부신 선물이 되고/숱하게 의심하던 나는 그제야/나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가삿말에서 이전보다 더 스스로에게 확신이 생겼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전작과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관계성은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전혀 다른 음악의 연결고리로 아이유는 아이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가요 소속사에서 회의를 통해 아이돌 팬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주기 위해 만든 억지 세계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8년의 시간을 이어줬던 '너랑 나'와 '시간의 바깥'에 이어 또 한 번 아이유는 과거의 아이유와 현재의 아이유를 음악으로 도킹했다. 2010년 발표한 '좋은날'과 이번 앨범 타이틀곡 '라일락'은 뮤직비디오, 가사, 안무로 교집합이 존재한다. 정재형은 '좋은날'에 이어 '라일락' 뮤직비디오에서도 카메오로 출연했다.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파란건지/오늘따라 왜 바람은 또 완벽한지'의 '좋은날' 가사는 2021년 '라일락'에서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바람은 또 완벽한지'로 이어진다. 해당 가삿말에서 추는 안무도 동일하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여러가지 포인트 때문에 '라일락'의 향기는 깊고 진하게 오래 남을 전망이다. 30대엔 어떤 새로운 음악 이야기를 펼쳐낼지, 어떤 음악 향기를 풍길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