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 선발 등판한 LG 수아레즈가 공을 던지고 있다. LG 제공 완벽했다. LG 새 외국인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29)의 KBO리그 데뷔전 얘기다.
수아레즈는 지난 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5회 2사까지 피안타가 단 1개도 없을 만큼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0㎞까지 찍혔다. LG는 3회 초 공격에서 2득점 했고, 8회 1점을 더 달아났다. 불펜진이 리드를 지켜내며 3-2로 이겼다. 개막 2연승. 수아레즈는 KBO리그 데뷔전에서 승리를 챙겼다.
수아레즈는 다양한 무기를 적절하게 활용해 KT 주축 타자들은 제압했다. 구위는 KT '4번 타자' 강백호와의 승부에서 뽐냈다. 2·5회 승부에서 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2개를 잡아냈다. 결정구 구속은 시속 145~6㎞. 더 빠른 공도 어렵지 않게 받아치는 강백호가 타이밍과 히팅 포인트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헛스윙 뒤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핀포인트' 제구력도 빛났다. 포심·투심 패스트볼은 대체로 타자 무릎 높이에 형성됐다. '스크라이크 같은 볼'을 마음껏 던졌다. 백미는 6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맞이한 조용호와의 승부. 풀카운트에서 몸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LG 포수 유강남의 프레이밍(투구를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만드는 기술) 능력이 발휘될 수 있을 만큼 절묘한 코스에 꽂혔고, 김준희 구심의 삼진 콜을 받아냈다. 조용호는 지난해 리그에서 타석당 투구 수(4.46개)가 가장 많은 타자였다. 공을 커트(의도적으로 파울로 만드는 타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런 그가 배트조차 내지 못했다.
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 선발 등판한 LG 수아레즈가 공을 던지고 있다. LG 제공 가장 돋보인 구종은 투심 패스트볼이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이 "(좌타자 몸쪽으로 꺾이는) 각도가 큰 편이다"라며 수아레즈의 투심 패스트볼을 경계한 바 있는데, 실제로 먼저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한 뒤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활용하는 볼 배합이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위력을 발휘했다. 1·2회는 포심과 투심의 구속 차이를 활용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가 돋보였고, 3회부터는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여기에 패스트볼 궤적과 비슷한 궤적으로 향하다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도 날카로웠다. 수아레즈는 이 경기 유일한 위기였던 5회 말 2사 1·3루에서 배정대에게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전'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며 "(2020년 에이스) 켈리가 2021시즌에는 2선발로 밀릴만큼 좋은 투수를 원한다"라고 했다. 수아레즈가 그 조건을 부합했다.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소속이었던 2018시즌에 풀타임 선발을 소화했던 투수다. 수아레즈에게관심을 보인 다른 구단도 있었지만, LG가 먼저 움직인 뒤 노력을 들여 영입에 성공했다.
수아레즈는 첫 등판부터 LG 프런트와 팬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했다. 제구력을 갖춘 파이어볼러. 승부 레퍼토리마저 다양하다. '생소한 투수'이기 때문에 KT전에서 호투한 게 아니다. 가진 무기가 많고, 단단하다. KBO리그 대표 투수로 올라설 수 있는 능력 보여줬다.
LG 다른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도 지난 4일 창원 NC전에서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켈리는 2시즌(2019~20) 연속 14승 이상 거둔 '현재' 에이스. LG 외국인 투수들이 시즌 첫 등판을 기분 좋게 마쳤다. LG는 2021시즌 우승 후보로 평가된다. 탄탄한 마운드, 특히 1·2선발 무게감은 LG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켈리는 이미 검증된 투수고, 수아레즈는 그런 켈리보다 더 빼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기대감을 줬다. 우승을 노리는 LG가 리그 최강 '원투펀치'를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