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K리그. K리그 역사에서 이토록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시즌이 있었던가. K리그가 지금 쉴 새 없이 터지는 성폭력-학폭 이슈에 맥을 못추고 있다.
시즌 개막 직전 기성용(FC 서울) 성폭력 의혹 사건이 터졌다. 초등학교 시절 기성용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폭로자들이 등장했고, 이 논란은 K리그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다음 주자는 백승호(전북 현대) 합의서 논란이었다. 유스 시절 지원을 해준 수원 삼성을 외면하고 전북과 접촉해 결국 전북 입단에 성공한 백승호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중간에 전남 드래곤즈 유스 출신으로 서울 유니폼을 입은 박정빈 합의서 논란도 있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K리그2(2부리그) 안산 그리너스는 금지 약물과 음주 운전 논란을 일으킨 강수일을 영입했다. 충남 아산은 일본에서 데이트 폭력으로 방출됐던 료헤이를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대구 FC에서 성폭력 의혹 사태가 터졌다. 3년 전 대구 선수단 내에서 선배에게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리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 번 성폭력 논란 앞에 서야 했다. 대구 구단은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인지하고 이른 시간 내 사실관계 규명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왜 유독 이런 사건들이 많이 터지는 것일까. 기성용과 대구의 성폭력 사건은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법적인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건 최근 배구선수 이다영-이재영 자매로 촉발된 한국 스포츠계의 학폭 고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기성용과 대구 구단 사건은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언급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큰 틀로 봤을 때 K리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스포츠계 전체의 문제다. 이재영-이다영 사례를 포함해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최숙현과 심석희 사례처럼 한국 스포츠계 내부에서 오랜 기간 잘못된 인식과 환경이 존재했다. 고질적 병폐였다. 20년 전에는 그냥 묻혀버릴 수 있었던 사건들이 지금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이제 스포츠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도덕적 흠결을 가진 선수들을 받아들인 구단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한준희 위원은 "앞선 폭력 사례들과는 다른 유형의 문제다. 스포츠계에서는 특히 강한 성적 지상주의, 메달 지상주의, 진학 지상주의, 우승 지상주의 등 이런 지상주의가 모든 명분들을 묻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깥 세상의 법, 바깥 세상의 상식, 바깥 세상의 윤리를 스포츠계 안에서도 맞춰가야 하는 세상이다. 바깥 세상과 다른 문화다. 이제 잘못된 문화와 이별할 때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