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기업들이 비대면 특수에 매출 신기록을 다시 쓰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부금은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만이 유일하게 매출 대비 1%의 기부금 지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524억136만4000원을 사회공헌비로 지출했다. 전년 대비 3.7%가량 증액했다.
네이버의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3041억원, 1조2153억원으로, 매출의 약 1%를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연간 매출이 처음으로 6조원을 넘었던 2019년에는 505억2261만6000원을 기부했다.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을 0.7% 수준에서 작년 0.99%까지 끌어올렸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마다 매출 대비 1%대의 기부금을 집행해왔다. 중소상공인(SME), 창작자 등 사업 파트너의 성장을 위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동반성장을 위한 ESG(사회·환경·지배구조) 경영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대표 SME 지원 정책 중 하나는 '스타트 올인원 프로그램'이다. 창업 초기 사업자에게 일정 기간 결제 수수료 등을 면제한다. 스마트스토어 개설 1년 이내의 월 거래액 200만~800만원 사이 사업자를 대상으로 세무, 노무, 경영 지원 분야의 컨설팅도 뒷받침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빠른 정산 서비스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총 1조원의 판매대금을 SME에 조기 지급하기도 했다.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이 1%에 근접한 곳은 네이버가 유일하다. 금액만 놓고 봤을 때는 삼성전자가 가장 많이 기부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매출 236조8100억원을 달성했다. 여기서 0.1%에 해당하는 2547억9100만원을 기부했다. 전년과 비교해 11.5%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부금 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오프라인 사회공헌 채널이 위축되면서 관련 비용이 줄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기부 내역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는다.
전년 대비 기부금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곳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전년보다 177% 증액한 127억5325만3000원을 지난해 기부했다. 카카오의 2020년 매출은 4조1567억원이다.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은 0.3%로 전자, 이동통신 업계 평균(0.07%)보다 높다. 이와 별개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세계적인 자발적 기부 운동 '더기빙플레지'의 220번째 참여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재산은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기부금을 증액한 곳은 LG유플러스뿐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전년 대비 7.9% 감소한 151억원을 기부했다. KT는 기부금을 2018년 502억원에서 2019년 870억원까지 올렸다가 2020년 159억3400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LG유플러스는 전년 대비 18.1% 늘어난 58억원을 기부했다.
이통 3사의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은 전부 0.1%를 넘지 않았다. SK텔레콤 0.08%, KT 0.07%, LG유플러스 0.04%의 순으로 높았다.
2022년 5G 전국망 구축 과제를 안은 이통 3사는 기부금을 늘릴 여력이 없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2019~2020년 이통 3사는 16조2000억원을 설비투자(CAPEX) 비용으로 집행했다. 2017~2018년 대비 약 10조원을 더 투자했다. 올해 CAPEX 규모도 작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직접 기부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부금 규모는 주변 환경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계 기업을 포함해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1%에 가까운 곳은 찾기 힘들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기부 규모가 작다"며 "경제 상황이 악화할 때 기업들은 가장 먼저 사회공헌비를 손본다.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