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만의 스크린 복귀, 인생작·인생캐릭터로 돌아온 변요한이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 가졌던 공백기는 명약이 된 셈. 대표 필모그래피를 또 한 줄 채우게 만든 영화 '자산어보(이준익 감독)'에서 변요한은 조선의 어부 창대 옷을 입고 훨훨 날아다녔다. 뜨거움에 울컥하고 감사함에 눈물을 흘리게 만든 배움의 시간이자 작품은 변요한을 또 한번 성장하게 만드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바다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글 공부에 몰두하는 청년 어부 창대는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 공부를 더욱 중시한다. 유배지 흑산도에 도착한 사학죄인인 정약전을 멀리하려는 고지식한 면모를 보이던 창대는 결국 서로가 가진 지식을 나누자는 정약전의 제안을 따르게 되면서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성장해나간다.
정약전이 집필한 '자산어보'에 이름은 명확하게 적시돼 있지만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 빈틈의 길을 이준익 감독과 변요한이 함께 완성했다. 창대의 모든 것을 습득하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변요한은 특히 창대의 변화하는 감정선을 온전히 이해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온 정신을 쏟았다. 시대를 넘어 '청춘'을 대변할만한 창대이기에 더 잘해내고 싶었다는 변요한. 흑백영상 속 저만의 색으로 빛나는 창대는 그냥 탄생한게 아니다.
창대에게 물고기가 업이었다면, 변요한에게는 연기가 업이다. 여전히 목마르고, 끝없는 고민을 샘솟게 한다. 이준익 감독은 "포텐 터졌다"는 극찬도 아끼지 않았지만, 단순한 표현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대변하며 희로애락을 느끼게 만드는 연기의 무게감을 변요한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깊이 체감하고 있다.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연기에 투영시키고 싶다는 욕심. "해야 할 고민이라면 즐겁게 하고 싶다"는 변요한이 기꺼이 즐겨낼 연기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섬에서 태풍을 세 번이나 맞았다. "첫 태풍 때 나는 서울 행사 때문에 올라와 있었다. 근데 섬에 태풍이 왔다더라. 문자를 해도 답변이 없어서 걱정이 많이 됐고 '다음에 태풍이 또 오면 무조건 같이 맞자'는 다짐을 했다. 두번째 세번째는 감독님, 경구 선배님과 그 지역에서 아주 즐겁게 있었다. 태풍이 59년만에 왔다고 하지만 우리 영화의 힘이 더 셌는지 왔다 가더라. 하하."
-선배 설경구와 호흡 맞췄다. "배우로서 늘 동경의 마음을 갖고 있었던 분들과 한 작품에서, 한번에 만나게 된 순간이어서 감사하고 흥분됐다. 설경구 선배님 같은 경우는 일단 공과 사가 명확한 분이다. 선배님을 통해 느낀 부분에 대해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진짜 밤을 샐 것 같지만, 지금 마음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은 서툴러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후배들을 너무나도 잘 챙겨주고 하나하나 선택을 할때 들어 주시면서 그 이상의 지혜를 주는 분이라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많은 영감을 얻었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선배님은 아침마다 줄넘기 1000개를 하고 나오신다. 그리고 빨래를 하셨다가 다시 줄넘기를 하신다. 선배님 숙소가 제 숙소 건너편이었는데, 그런 선배님을 보면서 나도 후배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바다를 막 뛰어 다녔다.(웃음) 그런 작은 패턴들을 통해 현장에 오기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마음가짐이 보이더라. 선배님은 현장에 와서는 심지어 대본도 안 보신다. 이미 다 외우셨다. 준비된 배우의 자세, 그 안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에너지가 충만했다. 그 여유로 후배들을 바라보는 눈빛들이 있기 때문에 케미가 안 생길 수 없었던 것 같다. 선배님께서 완벽한 태로 서 계시니까. 많이 배웠다."
-이정은과는 두번째 만남이다. "'미스터션샤인' 때는 아쉽게도 많이 뵙지는 못했지만 감정적 교류를 나누는 신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섬에 있으면서 쭉 함께 지낼 수 있어 좋았다. 대사일지라도 선배님의 말을 들었을 땐 늘 굉장히 따뜻했고, 항상 나를 돌아보게 되는 큰 포용력을 가진 분이라 많이 의지하면서 촬영했다. 다른 작품에서 꼭 또 뵙고 싶다."
-수장 이준익 감독은 어땠나. "감독님은 장점을 보는 분이다. 약점은 눈을 감아 주신다. 그래서 감독님이 항상 배우들과 '친구다, 친구다 '하시는데 '그런 부분이 이런 부분이구나. 그래서 '자산어보' 같은 작품을 만드실 수 있구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