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관왕 못해 아쉬웠지만, 오히려 잘된 일 같아요. 방심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게 됐잖아요.”
생애 첫 메이저 유도 대회 메달을 목에 건 김지수(21) 목소리는 며칠이 흘렀어도 여전히 떨렸다. 그는 10일 키르기스스탄에서 끝난 2021 아시아선수권에서 메달 2개를 땄다. 혼성 단체전(10일) 금메달, 여자 57㎏급(6일) 은메달이다. 세계 랭킹은 19위까지 올라갔다. 현재 순위라면 도쿄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그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출전권을 지키겠다.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특별한 의미라서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수는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유도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했다.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김덕제·70)가 집 앞 창고를 유도장으로 개조하면서다. 아버지는 그에게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킬 줄 알아야 한다. (매트에서) 죽을 힘을 다하라”라고 가르쳤다.
김지수는 2016년 히메지시 슈쿠가와고에 입학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1학년 때 3학년 선배를 제치고 학교 대표가 됐다. 같은 해 전국종합대회 48㎏급에서 우승했다. 지역 예선부터 수천 명이 참가하는 전국 대회 우승에, 학교는 물론 지역이 들썩였다. 그는 효고현의 스타였다.
2학년 때 슬럼프를 겪었다. 키(1m 59㎝)가 크면서 몸무게가 전(53㎏)보다 5㎏ 이상 늘었다. 무리하게 감량하다 쓰러졌다. 지친 김지수는 도망쳤다. 마음껏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한 달 뒤, 복귀할 때 몸무게가 63㎏였다. 그는 57㎏급으로 두 체급을 올렸다. 대회 출전은 포기하고 근력과 체력을 키웠다. 3학년 때 출전한 고교 선수권에서 57㎏급으로 다시 정상에 섰다. 일본 언론은 다른 두 체급에서 전국 대회를 석권한 그를 집중 조명했다.
일본 유도계로부터 주목받던 김지수는 고교 졸업을 앞두고 돌연 한국에 건너왔다. ‘한국인은 태극마크를 달아야 한다’는 소신을 따라서다. 청소년과 성인 대표팀을 오가던 그는 지난해 57㎏급 국가대표 1진이 됐다. 뒤늦게 올림픽 출전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성장은 가팔랐다. 1년 만에 권유정(세계 29위)과 김잔디(34위)를 제쳤다.
2014년부터 남자 73㎏급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안창림(27·세계 3위)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안창림도 재일교포 3세다. 김지수는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시간을 벌었다. (안)창림 오빠 조언으로 한국 훈련과 문화에 적응했고, 실력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배상일 여자 대표팀 감독은 "김지수는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많다. 한국에 와서 언어, 문화 등 어려운 점이 많을텐데 잘 적응했다. 운동 선수는 장점이 많은 선수 보다 단점이 없는 선수가 좋은 선수라고 한다. 김지수 선수는 굳히기 기술이 국내 선수들보다 안정되고 발기술 안다리 걸기 기술이 뛰어나다. 단점만 잘 보완하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면 기대감을 보였다.
안창림이 조력자라면 고교 동창이자, 친한 일본인 친구 아베 유타(52㎏급)는 경쟁자다. 아베는 유도를 넘어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물론 올림픽에도 출전한다. 김지수는 “지난해 이맘때엔 상상도 못 했던 올림픽 출전이 눈앞에 다가왔다. 기회를 잡겠다. 금메달이 꿈”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