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가 브랜드 재편 작업에 한창이다. 포화상태인 통신 사업을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경쟁사는 기업분할과 신규 브랜드 론칭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는데,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B2C(기업-소비자 거래), B2B(기업간 거래)를 양대 축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나름의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농어촌 5G 공동이용 계획' 행사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객 중심으로 '찐팬'을 만들고, 5G를 통해 B2B 신사업을 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12일 자사주 2만5000주를 사들이기도 했다. 3억1500만원 규모다. 이와 관련해 그는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고 답했다.
18일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통화에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산단, 스마트SOC(사회간접자본), 스마트시티 네 개의 큰 B2B 신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라며 "B2C에서는 넷플릭스와 손잡았던 것처럼 디즈니플러스와도 협상을 진행해 고객이 볼 수 있는 콘텐트를 늘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GS건설, LS일렉트릭 등 굵직한 기업들과 AI·무선통신 인프라를 적용한 스마트건설 기술, 5G 기반 스마트배전진단 솔루션 사업에 나서 성과를 내고 있다.
B2C에서는 2024년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전략으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콘텐트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런 노력에 2019년 중국 차이나텔레콤을 시작으로, 2020년 홍콩텔레콤, 일본 KDDI, 대만 청화텔레콤에 이어 올해 태국 AIS까지 글로벌 통신사와 5G 솔루션·콘텐트 누적 수출 2200만 달러(약 246억원)를 달성했다.
LG유플러스가 내실을 다지는 사이 SK텔레콤과 KT는 기업 이미지 전환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설립 이후 37년 만에 기업분할에 나선다. 존속회사인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와 신설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로 회사를 쪼갠다. 존속회사는 기존 통신 사업에 5G를 결합한 인공지능(AI),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한다. ICT 투자전문회사는 SK하이닉스를 앞세운 반도체를 비롯해 미디어, 커머스, 보안 등 비통신 사업에 주력한다.
SK텔레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T스퀘어' 상호를 가등기 신청한 상태다. 당초 새 사명이 'T스퀘어'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SK그룹의 정체성을 가져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도약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KT의 'T'가 더는 '텔레콤'이 아닌 '테크놀로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론칭하고, 원천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해 오리지널 콘텐트까지 제작하는 'KT 스튜디오지니'를 출범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우리는 사명에서 '텔레콤'을 뗀 지 오래다. B2B 외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광고·데이터 사업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7월 당시 LG텔레콤은 비전 선포식을 통해 LG유플러스로 사명을 바꾸고 탈통신을 본격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