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이 KIA 2연패 탈출을 이끄는 완벽한 보살을 해냈다. IS포토 최형우(38)가 통산 2000안타 대기록을 세우고 애런 브룩스(31)가 시즌 첫 승을 거둔 경기. 주연 듀오를 빛나게 만든 '신스틸러'는 최원준(24·이상 KIA)이 맡았다.
KIA는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정규시즌 LG와의 1차전에서 6-3으로 승리했다. 2연패를 끊었고, 시즌 승률 5할(7승7패)에 복귀했다.
4번 타자 최형우가 개막 초반 부진을 털어내는 멀티포를 때려냈다. 1회 초 선취점, 5회 초 추가 득점을 이끌었다. 최형우는 이 홈런 2개로 개인 통산 2000안타를 기록했다. 역대 12호. 에이스 브룩스도 네 번째 등판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6이닝 6피안타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2회 말 무사 1·2루 위기에서 뜬공과 병살타를 유도했고, 4회 1사 만루에서도 내야 직선타와 견제구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앞서 등판한 세 경기 중 두 경기는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KIA 에이스가 비로소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승리 공신이 한 명 더 있다. 1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최원준이다. 승부처에서 명장면을 만들었다.
상황은 이랬다. 5-1, 4점 앞선 채 8회 수비에 돌입한 KIA는 세 번째 투수 이준영이 무사 1루에서 LG 홍창기에게 우월 투런포를 맞고 2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후속 로베르토 라모스와의 승부에서도 볼넷을 내줬다. KIA는 우완 투수 장현식을 투입했지만, 그도 LG 간판타자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주고 동점 위기에 놓였다.
이 상황에서 첫 위기는 잘 넘겼다. 장현식이 LG 4번 타자 이형종에게 3루 땅볼을 유도했다. 장현식은 까다로운 타구를 잘 포구한 뒤 직접 3루 베이스를 밟고 정확한 1루 송구로 타자 주자까지 아웃시켰다. 이날 KIA 내야진이 만들어낸 네 번째 더블플레이.
그러나 위기가 이어졌다. 장현식이 후속 타자 이천웅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1·2루에 놓였고, 후속 타자 김민성과의 승부에서는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LG 2루 주자 김현수는 타구가 맞는 순간 3루로 쇄도했고, 주루 코치는 팔을 돌려 득점 도전을 유도했다.
LG는 득점에 실패했다. 우측 외야를 지키고 있던 최원준이 강견을 뽐냈다. 강하고 정확한 '레이저' 송구가 포수 한승택의 미트에 꽂혔다. 한승택은 홈플레이트 약 1.5m 우측에서 공을 잡았고, 여유 있게 김현수를 태그해 이닝을 끝내버렸다.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세 번이나 바운드된 타구를 잡아 어시스트로 연결시켰다.
최원준은 3회 말 무사 2루에서도 선발 브룩스가 LG 오지환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2루 주자 정주현은 3루에서 멈췄다. 이 상황에서 시도한 홈 송구도 빨랫줄처럼 비행한 뒤 한승택의 글러브에 안착했다. 이미 최원준의 송구 컨디션을 확인한 상황에서 '모험'을 감수한 LG의 주루는 디테일이 부족했다.
김민성의 안타로 김현수가 홈을 밟았다면, KIA는 역전 주자를 두고 다음 수비를 이어가야 했다. 최원준은 이 경기에서 삼진 3개를 기록했다. 낮은 코스 변화구를 참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팀을 구했다. 덕분에 최형우의 2000안타는 빛났고, 브룩스는 시즌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