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목표로 뛰고 있는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 마켓컬리가 외연 확대에 바쁘다. 식자재 중심에서 벗어나 가전과 뷰티 제품, 향후에는 숙박 상품까지 판매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넓히는 분위기다. 마켓컬리 측은 "가전제품과 화장품도 식자재처럼 큐레이션(추천)해 소비자를 끌어모으겠다"며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가전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다. 마켓컬리가 가전이나 뷰티 제품들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일단 체급 키우기 바빠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지난주 론칭한 새 TV CF에서 배우 박서준과 함께 등장했다. 김 대표는 광고에서 '100원 딜' 품목을 확대하며 고뇌하는 표정을 지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100원 경쟁만이 아니다. 김 대표는 배송 확대에도 고삐를 쥐었다. 현재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샛별배송'을 상반기 안에 대전과 세종 등 충청권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인기제품 60여 가지를 온라인몰 최저 가격으로 선보이는 '컬리 장바구니 필수템' 전용관도 운영한다.
판매 카테고리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마켓컬리는 2016년 7월 토스터기 판매를 시작으로 가전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이듬해 8월부터 뷰티 제품도 카테고리에 추가했다. 처음에는 손가락에 꼽힐 수준이었던 가전·뷰티 제품 가짓수도 매년 큰 폭을 늘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본지에 "2021년 현재 마켓컬리의 비식품군 제품 비중은 25% 수준이다. 이는 작년보다 5% 더 늘어난 것"이라며 "아직 언제라고 결정되진 않았으나 (가전 및 뷰티 제품이 안정되면) 나중에는 숙박 상품 등도 판매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마켓컬리의 노력을 미국 증시 상장과 연결짓는다. 마켓컬리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와 함께 매출 9531억원을 기록한 마켓컬리는 전년(4259억)과 비교하면 2배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마켓컬리는 기업공개를 통해 향후 물류센터 투자와 해외진출을 위한 기반을 닦는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러 행보는 상장을 위해 매출 볼륨을 키우려는 것으로 읽힌다. 기업가치를 최대한 불려 IPO에 나서려는 것"이라며 "치즈나 우유를 팔아서는 단기간에 체급을 올릴 수 없으니 가전과 뷰티, 숙박 상품을 끌어다 붙이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가격 경쟁력'은 아직 물음표
업계에서는 마켓컬리가 상장에 신경 쓰느라 가장 중요한 가격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커머스 A사 관계자는 "가전제품을 판다고 해서 앱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가전제품도 마켓컬리가 큐레이션한다면서 상품에 대한 설명을 예쁘게 편집해 올렸더라. 마켓컬리의 콘셉트가 그렇듯 아기자기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물음표를 찍었다. 이 관계자는 "1만~2만원 이하 식품과 달리 가전은 결국 가격 싸움이다. 그런데 마켓컬리에서 파는 가전이 다른 온라인몰과 비교해 싼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마켓컬리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는 '발뮤다 NEW 더 토스터'는 다른 온라인몰 수십여 곳에서도 판매 중이다. 대부분 마켓컬리와 같은 가격(30만9000원)이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일부 온라인 몰에서는 마켓컬리보다 더 싼 가격(27만4740원)에 판다.
마켓컬리는 발뮤다 토스터기를 판매하면서 '죽은 빵도 살린다는 토스터', '갓 구워진 빵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컬리가 찾은 방법'이라며 긴 큐레이션 문구를 적어놨다. 하지만 수십만원 짜리 토스터기를 구매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마켓컬리의 추천을 받고 타 사이트에 가서 각종 할인 혜택을 더해 사는 편이 가격적 측면에서 더 나을 수도 있다.
화장품도 마켓컬리만의 큐레이션이 별 의미 없어 보인다. 현재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아토팜 수딩젤로션'은 개당 1만4000원이다. 타 온라인몰에서는 같은 제품을 최대 2000~3000원 싼 가격에 샘플까지 묶어 준다.
화장품 유통사 관계자는 "일단 비싸다. 또 흔한 브랜드가 많다"고 촌평했다. 이 관계자는 "큐레이션은 골라 준다는 것 아닌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특별할 게 없다. 요즘 젊은 세대는 화장품을 사기 전 '화해' 등 다양한 앱을 통해 성분 검토를 마치고 제품을 산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화장품 유통 매장 '세포라'가 작년에 국내 상륙하면서 독점 브랜드 유치를 위해 노력했던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이든, 브랜드든 차별화가 필요하다. 현재 고객 입장에서 마켓컬리는 '식자재를 사고 배송비를 아낄 겸 뷰티 제품도 한 개 추가해볼까' 정도의 수준이다"고 했다.
소비자 반응도 시큰둥하다. 소비자 A 씨는 "마켓컬리 식재료는 특색이 있다. 잘 팔지 않는 재료도 소량으로 추천해주는 구조여서 사 먹는 재미가 있었다. 색다른 식자재 해외 브랜드도 많아서 사진 찍어 SNS에 올리는 맛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가전제품은 할인 혜택이 많은 다른 전문몰이 있지 않나. 싸지도 않은데 굳이 (마켓컬리에서) 구매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 관계자는 "화장품과 가전 등 비식품군은 '꼼꼼하게 따지는 마켓컬리가 검증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며 "뷰티 제품은 성분과 위험 등급 등을 공개한다. 가전제품도 먼저 사용해본 뒤 자신 있는 브랜드의 제품만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