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은 지난 25일 롯데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그동안 선발로 3번 등판했다. 한 번은 쉬게 해주려고 한다. 선수 보호 차원이다"라고 전했다. 허 감독은 개막 전에도 "김진욱은 구단의 미래다. 올해는 1·2군을 포함해 100이닝 정도만 던지게 할 생각이다. 한 경기 기준 100구 이상 던지지 않게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예견된 휴식이다.
김진욱은 2020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롯데에 지명받은 유망주다. 좌완이면서 빠른 공을 던지고 경기 운영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스카우트 다수가 "즉시 전력감"이라고 평가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허문회 감독은 김진욱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러나 프로 무대의 벽을 실감했다. 김진욱은 등판한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0.54에 이른다.
데뷔전이었던 4월 9일 사직 키움전에서는 5이닝 6실점을 기록했다. 1·2회 실점 없이 막았지만, 3회 4점을 내줬다. KBO리그 대표 타자 이정후와 박병호를 막지 못했다. 신인왕 경쟁자 이의리(KIA)와 선발 맞대결에 나선 15일 광주 KIA전에서도 3⅔이닝 3피안타 6볼넷 5실점을 기록했다. 제구가 흔들렸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21일 사직 두산전에서는 홈런왕 출신 김재환에게 홈런 2개를 맞았다. 5이닝 5실점.
이의리가 22일 잠실 LG전에서 6⅔이닝 1실점 하며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낸 상황. 김진욱은 신인왕 레이스에서 한 발 밀린 상황이다. 3경기 모두 부진하자 '거품론'로 나왔다.
허문회 감독은 "나는 김진욱의 투구가 괜찮았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던지기도 쉽지 않다. 5선발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투수고, 미래를 생각했을 때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라고 중간 평가를 했다. 이어 "스트라이크존이 아마추어 야구와 좀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첫 두 경기보다 세 번째 등판(두산전)에서 더 좋았다. 홈런은 맞았지만 나쁘지 않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허문회 감독이 처음부터 김진욱의 휴식 시점을 3경기 등판 뒤로 잡았을 가능성은 낮다. 지난해 신인왕 소형준도 로테이션을 9번 소화한 뒤 보름 동안 휴식을 받았다. 김진욱은 어깨보다 심적으로 재충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4~5경기 연속 부진하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휴식보다는 안 좋은 흐름을 끊어줬다. 허 감독의 선택은 적절한 시점에 이뤄졌다. 향후 1군에서 김진욱의 회복세를 지켜본다. 등판 간격이 길어지면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나설 수 있다.
롯데는 김진욱이 빠진 자리에 이승헌을 콜업했다. 지난해 후반기 존재감을 드러낸 우완 영건이다. 이승헌은 25일 KT전에서 5⅔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6볼넷을 기록할 만큼 초반 제구 난조가 극심했지만, 2회 말 1사 뒤 폭투로 1점을 내준 뒤 공격적인 투구를 회복하며 6회 마운드에도 올랐다.
롯데는 향후 이승헌과 김진욱의 컨디션에 따라 번갈아 기회를 줄 전망이다. 두 투수의 자질을 끌어내 활용하면서도 체력 관리도 소홀하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