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구 삼성전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한 양의지.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2루타로 대기록을 달성한 뒤 이종욱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NC 제공 NC 양의지(34)의 대기록 달성 '조력자'는 삼성 우익수 구자욱(28)이었다.
양의지는 29일 대구 삼성전에 4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포수 사이클링 히트(히트 포 더 사이클)를 달성했다. 3루타→단타→홈런→2루타 순으로 때려냈는데 눈여겨볼 부문은 역시 '3루타'였다.
양의지의 사이클링 히트는 예상하기 어려운 기록이었다. 2007년 1군 데뷔 후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4874타석을 소화하는 동안 3루타가 8개에 불과했다. 발이 느려 웬만해선 3루타를 추가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29일 경기에선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2회 첫 타석부터 3루타가 나왔다. 선두타자로 나온 양의지는 백정현의 6구째 직구를 밀어쳐 오른쪽 펜스를 직격했다. 2루타 코스였다. 그런데 삼성 우익수 구자욱이 펜스 플레이를 매끄럽게 하지 못했다. 발이 느린 양의지가 3루까지 뛰지 않을 것으로 미리 판단해 펜스 맞고 나온 타구를 천천히 뛰어가 처리했다. 빈틈을 노린 양의지는 2루를 지나 3루까지 내달렸고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9월 18일 인천 SK전 이후 223일 만에 나온 개인 통산 9번째 3루타. 좋은 타구와 순간적인 판단, 상대 방심이 만든 결과였다.
첫 타석에서 물꼬를 튼 양의지는 4회 두 번째 타석 단타, 5회 세 번째 타석 홈런에 이어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추가해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KBO리그 역대 28호이자 포수 사상 첫 번째 사이클링 히트였다.
양의지는 경기 후 첫 번째 타석을 복기하며 "공이 좀 (펜스 맞고) 많이 튀어나오는 거 같아서 끝까지 열심히 뛰었다. 점수가 계속 나지 않으니까 선제 득점이 중요할 것 같아서 뛰었다"고 말했다. 주중 대구 원정 1, 2차전에서 총 3득점 한 NC는 연패를 당했다. 전날 패배로 승률 5할까지 붕괴했던 상황. 선제 득점을 위해 전력으로 질주한 양의지가 팀의 9-0 완승과 사이클링 히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손에 넣었다.
반면 삼성은 구자욱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로 균열이 발생했고 경기 중후반 우르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