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올 시즌 역대급 스플리터와 함께 부활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9일(한국시간) “손댈 수 없는 공이 돌아왔다”며 오타니의 스플리터에 찬사를 보냈다. 매체는 “2018년 오타니가 스플리터로 55타수 2피안타 35탈삼진을 기억하는가”라며 “똑같은 일이 2021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 오타니는 투타 모두에서 활약 중이다. 타율 0.284 장타율 0.636 7홈런의 타자로서는 물론 평균자책점 3.29에 9이닝당 탈삼진 15.15개의 투수로서도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스플리터는 올 시즌 투수와 타자로 모두 부활에 성공한 오타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현재까지 20타수에서 19타석 무안타(1볼넷)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치기 어려운 차원이 아니다. 19명의 타자 중 18명이 삼진을 당했다. 루리 가르시아(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제외하면 범타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리그 전체로 봐도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독보적이다. 20타수 이상으로 한정했을 때 오타니의 스플리터 삼진율은 90%(20타수 18탈삼진)로 2위인 더스틴 메이의 커브(67%)를 한참 웃돈다. 매체는 “오타니의 스플리터를 상대로 출루할 수 있던 타자는 당시 풀카운트 상황에서 제구가 흔들렸던 덕에 나간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MVP 호세 아브레유뿐이다”라며 “그런 운 좋은 사람은 더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말 그대로 공략 불가다. 타자들이 공략을 시도했음에도 쳐내지 못하고 있다. MLB.com에 따르면 타자들은 오타니의 공을 총 23번 휘둘렀고 그중 헛스윙만 17번에 달했다. 범타는 물론 파울을 만들기조차 쉽지 않다. 삼진을 당한 18명의 타자 중 헛스윙 삼진도 15명에 달한다. 타자들이 신중해서도, 투수의 제구가 좋아서도 아닌 그저 스플리터의 구위로 타자를 제압했다는 의미다. 오타니의 스플리터가 기록한 헛스윙률 74%는 스윙 20번 이상을 끌어낸 구종 중 1위를 기록 중이다. (2, 3위는 모두 67%를 기록한 밀워키 코빈번스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빨라진 구속은 물론이고 포심 패스트볼과의 조합이 힘을 더했다. 오타니는 지난 비시즌 동안 드라이브 라인에서 교정을 통해 구위를 끌어올렸다. 덕분에 신인왕을 탔던 2018년 평균 87.3마일보다 2.5마일이 빨라진 평균 89.9마일(약 144.7㎞)의 스플리터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23개의 스윙 스트라이크 중 11개가 90마일(약 144.8㎞) 이상일 정도로 빨라진 구속의 덕을 보고 있다. 지난 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는 루이스 로버트를 상대로 던진 스플리터가 92.6마일(약 149㎞)을 던져 스플리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여기에 직구와 볼 배합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너무 깔끔하다고 지적 받은 포심 패스트볼이지만 수직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와는 환상의 궁합을 보여주고 있다. MLB.com은 “타자를 향해 곧바로 날아가는 포심 패스트볼과 타자에게 직진하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포심 패스트볼은 평균 4.6인치, 스플리터는 평균 4.2인치 움직이며 날아간다”며 “그러다 포심 패스트볼은 12.7인치만 떨어지는 반면 스플리터는 32.1인치나 떨어진다”고 밝혔다. 중간까지 유사했던 두 공의 움직임이 타자 앞에서 급격하게 갈라지는 셈이다.
여기에 구속이 다시 한번 힘을 더했다. MLB.com은 “특히 포심 패스트볼은 시속 100마일(약 161㎞)로 들어오고 스플리터는 시속 90마일로 들어오는데 이 둘을 구분해야 하는 타자가 된다고 상상해 봐라”라며 “19타석 18탈삼진이 이해가 가고 오히려 19탈삼진이 아닌 게 이해하기 어려워진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