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도화선은 29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와 워싱턴 사이에서 발생했다. 필라델피아는 이날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를 만나 5-3으로 승리했다. 문제는 승패가 아닌 투수의 연속 사구에서 발생했다.
상황은 6회 초 필라델피아 공격 때 발생했다. 투수 제네시스 카브레라가 던진 초구 96.9마일(약 156㎞)짜리 싱커가 하퍼의 얼굴을 직격했다. 타석에서 쓰러져 고통을 호소한 하퍼는 다행히 스스로 더그아웃으로 향했고 대주자 맷 조이스와 교체됐다. 카브레라의 사구는 하퍼에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타자 디디 그레고리우스 역시 초구로 날아온 94.5마일(약 152㎞)의 공을 등에 맞았다. 3-3 동점이기에 고의적인 빈볼(고의로 타자를 맞추는 행위)보다는 심각한 제구 난조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투수는 교체될 수 없었다. 지난해 도입된 투수는 세 타자를 반드시 상대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카브레라는 하퍼와 그레고리우스를 때리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징계가 아닌 보호 때문이다. SI는 “유소년 리그에는 이런 상황에 맞는 규정이 있어 한 이닝에 사구가 두 번 나오거나 한 경기에 사구가 세 번 나오면 반드시 강판시켜야 한다”라며 “징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SI는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리그는 이를 수정해서 심판의 재량에 따라 교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라며 “이런 상황이 다시 일어난다면 두 번째 타자 사구 이후 투수를 경기에서 퇴장시키되 징계는 하지 않게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맥락에서 “구원투수로 경기를 이어가야 하니 준비 시간도 허용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예상 못 한 사무국에 대해 넘어가 줄 수 있다. 하퍼도 괜찮다고 했고 그레고리우스는 (부상 없이) 게임에 남았다”라면서도 “하지만 이제 사무국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세 타자 규정을 개정하는 일이 더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게 도와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