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최근 4시즌(2017~20) 연속 입단 첫 시즌에 활약한 선수가 신인왕을 차지했다. 2017시즌은 키움 이정후가 고졸 신인 최다 안타(179개)·최다 득점(111점)을 기록하며 '바람의 손자' 신드롬을 일으켰고, 2018시즌은 '풍운아' 강백호(KT)가 데뷔 첫 타석부터 홈런을 쏘아 올리며 돌풍을 일으키더니, 고졸 신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29개) 기록을 세우며 신인왕에 올랐다.
2019시즌은 LG 셋업맨 정우영이 16홀드를 기록하며 이 대열에 가세했고, 2020시즌에는 소형준(KT)이 2006년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고졸 신인으로 이름을 올리며 가장 뛰어난 신인으로 인정받았다.
올 시즌은 앞선 4시즌보다 '순수' 신인 선수의 타이틀 획득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였다 '슈퍼루키',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마운드 기대주만 3명이었다. KIA 이의리, 롯데 김진욱, 키움 장재영(이상 19)이 그 면면. 역대급 신인왕 레이스가 기대됐다.
개막 한 달이 지난 현재, 레이스는 이의리가 독주하고 있다. 이의리는 세 투수 중 가장 먼저 승리 투수가 됐다. 4월 28일 열린 광주 한화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무려 10개. 이미 바로 전 등판이었던 22일 잠실 LG전에서 6⅔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범상치 않은 자질을 증명했다.
올 시즌 등판한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2.42를 기록했다. 개막 전 그의 투구를 본 '메이저리거' 양현종이 감탄을 감추지 않았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선수 시절 애리조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병현의 루키 시절을 회상하며, 이의리가 김병헌을 연상시킬만큼 강한 정신력을 갖춘 투수라는 견해를 전했다. 빠르고 공격적인 투구에 변화구 구사 능력도 뛰어나다. 현재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스프링캠프에서 팀 선배 김유신에게 배운 구종. 습득력까지 뛰어난 투수다.
이의리가 독주하는 동안 김진욱과 장재영은 프로 무대에 벽을 실감했다. 김진욱은 4월 9일 사직 키움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는데, 리그 정상급 타자인 이정후와 박병호에게 결정적인 안타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5이닝 6실점. 이의리와 선발 맞대결이 성사된 15일 KIA전에서도 3⅔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21일 사직 두산전에서는 피홈런 2개 포함 5점을 내줬다. 피홈런 2개는 '홈런왕' 출신 김재환에게 허용했다.
김진욱은 아직 프로 무대에 적응하는 중이다. 아직 예단은 이르다. 김진욱은 두산전 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고, 다시 등판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일단 허문회 롯데 감독이 그를 선발로 활용할 의지가 크다.
장재영은 가장 예상을 벗어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현재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불펜 투수로 활용된 그는 7경기에 등판했지만 6이닝 동안 11점을 내주며 부진했다.
시속 150㎞대 중반까지 찍히는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과 구위는 이미 시범경기에서도 확인됐다. 문제는 제구력. 헤드샷으로 퇴장을 당한 경험이 있을 만큼 불안정하다. 매끄러운 투구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인데,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의아한 시선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4월 29일 고척 두산전에서는 오프너로 나섰다. ⅓이닝 동안 볼넷 5개를 기록하며 5점을 내줬다. 어떤 의미에서는 선발로 활용될 수 있는 시험대였다. 완급 조절에 집중하며 투구했을 때 더 안정감이 있었다면, 선발으로 기용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잡지 못했다.
2021시즌 이제 막 개막했고, 신인 선수의 경기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이의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도 소형준이 데뷔전부터 승리를 챙기고, 연승까지 하며 질주를 예고했지만, LG 이민호가 '짠물' 투구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판도를 흔들었다. 올해도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야구팬은 더 치열한 신인왕 레이스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