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LG의 에이스 2번째 맞대결은 켈리가 조금 더 웃었다. IS포토 역대 25번째 잠시 어린이날 더비. 에이스를 내세운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정확하게는 다른 곡선을 그렸다.
두산과 LG의 어린이날 더비가 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렸다. 1996년 처음으로 열린 이 더비는 1997년과 2002년을 제외하고, 그동안 꾸준히 성사했다. 엘린이(LG 어린이 팬)과 두린(두산 어린이 팬)이 그 어느 때보다 설렘을 갖고 주시하는 경기다.
두산은 앞선 5경기에서 2승1패·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한 2021시즌 에이스 워커 로켓을 내줬다. LG는 지난해부터 1선발을 맡은 케이시 켈리가 선발 투수로 나섰다.
로켓은 순항했다. 1회 초 선두 타자 홍창기를 유격수 땅볼, 후속 오지환은 2루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3번 김현수와의 승부에서 2루수 키를 넘어가는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4번 채은성과의 승부에서 3루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2회는 잠시 흔들렸다. 선두 타자 라모스와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을 허용했고, 후속 김민성은 내야 땅볼을 유도해 선행 주자를 잡아냈지만, 이어진 문보경과의 승부에서 좌전 안타를 맞고 1·3루에 놓였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5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어린이날 매치를 펼쳤다. 두산 선발 로켓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5.05. 이 상황에서 실점을 막았다. 유강남에게 3루 땅볼을 유도했고, 3루수와 포수가 런다운을 만들어 주자를 지웠다. 정주현과의 승부에서는 우중간에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지만, 중견수 박건우가 몸을 날려 이 타구를 잡아냈다. 수비 도움을 받고 2회를 넘겼다.
3회는 1점을 내줬다. 2사 뒤 김현수에게 우익 선상 2루타를 맞았고, 후속 타자 채은성에게는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서 라모스를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두산 타선은 3회까지 로켓에게 4점을 지원했다. 1회는 김재환이 희생플라이, 김인태가 적시타를 치며 2점을 냈다. 2-1, 1점 앞선 3회도 양석환의 적시타와 LG 내야수 오지환의 송구 실책에 힘입어 2점을 더 달아났다.
반면 켈리는 고전했다. 좌타자 몸쪽, 우타자 바깥쪽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1회 초 첫 10구 중 스트라이크는 1구뿐이었다.
1회 말 1번 타자 허경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후속 호세 미구엘 페르는데스도 변화구 위주의 볼 배합이 통하지 않으며 볼넷을 허용했다. 후속 타자 박건우에게는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포심 패스트볼을 가운데에 넣었는데, 공략당했다. 무사 만루를 허용했다.
4번 타자 김재환에게는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그사이 3루 주자 허경민이 태그업 뒤 홈으로 쇄도해 득점했다. 켈리의 위기는 이어졌다. 5번 타자 양석환에게도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 변화구 제구가 계속 흔들렸다. 다시 만루. 이 상황에서 김인태에게 좌중간 텍사스 안타까지 허용하며 1점을 더 내줬다.
대량 실점은 막아냈다. 후속 타자 김재호와이 승부에서 3루 땅볼을 유도했다. LG 3루수 김민성이 직접 3루를 밟은 뒤 1루 송구로 연결시켰다. LG 1루수 문보경이 원 바운드 송구를 잘 잡아내 더블 플레이로 연결시켰다.
켈리는 실점 없이 2회를 막아내며 안정감을 찾는 듯 보였다. 그러나 3회 다시 흔들렸다. 선두 타자 박건우에게 던진 초구 커브가 통타당해 좌전 2루타로 이어졌다. 김재환에게는 진루타를 허용했다. 이 상황에서 상대한 양석환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야수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이어진 위기에서 김인태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시 실점 위기에 놓였는데, 김재호를 삼진 처리하며 이닝 2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후속 박계범에게 다시 내야 안타를 내줬다. 이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송구 실책도 나왔다. 유격수 오지환의 2루 토스가 베이스를 크게 벗어났다. 3루를 밟았던 양석환까지 홈을 밟았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5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어린이날 매치를 펼쳤다. LG 선발 켈리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5.05. 4회까지 승부는 로켓의 판정승. 그러나 흐름이 바뀌었다. 로켓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4-1, 3점 앞선 상황에서 나선 5회 초, 무사 1루에서 김현수에게 우월 투런 홈런까지 내줬다. 시속 149㎞ 투심 패스트볼을 몸쪽(좌타자 기준) 높은 코스에 붙였는데, 그대로 통타당했다.
흔들린 로켓은 이어진 상황에서도 김민성과 문보경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4-4 동점을 허용했다. 6회도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홍창기에게 좌전 2루타를 맞고 실점 위기에 놓인 뒤 오지환에게 우전 적시타까지 맞고 역전을 내줬다. 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몰리는 경향이 생기면서 LG 타자들의 콘택트에 연속 안타를 허용한 것. 6회는 추가 실점 없이 막았지만, 올 시즌 처음으로 5점을 내주는 부진을 맛봤다.
반면 흔들리던 켈리는 5·6회 말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5회는 6구, 6회는 8구 만에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냈다. 결국 투구 수 관리를 해내며 실점을 최소화한 쪽은 켈리였다. 류지현 LG 감독도 "선발 켈리가 초반 어려운 상황에서도 6이닝을 잘 끌어줬다"라며 승리 요인을 짚었다.
두 투수 모두 에이스에게 기대받는 투구를 해낸 건 아니지만, 승부처에서 흐름을 내준 쪽은 로켓이었다. LG는 켈리가 버텨낸 덕분에 어린이날 더비에서 통산 11번째(14패)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두 투수는 지난달 16일에도 매치업을 펼쳤다. 당시 켈리가 5⅔이닝 1실점, 로켓은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는 LG가 이겼다. 2번째 맞대결에서도 켈리가 판정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