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윌리엄스 감독은 4번타자로 깜짝 기용한 이정훈(27)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자 그냥 넘기지 않았다. 아직 프로 통산 22타석 밖에 소화하지 않은 그에게 조언했다.
5일 사직 롯데전에 데뷔 첫 4번타자(지명)로 선발 출전한 이정훈은 팀이 5-0으로 앞선 5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댄 스트레일리의 초구 체인지업에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윌리엄스 감독은 통역을 통해 "방금 공은 (누구도) 칠 수 없는 어려운 공이었다. 네가 자신 있는 공을 공략해라"고 했다. 이정훈은 2017년 입단 후 개인 통산 4안타에 불과할 만큼 경험이 적었다.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노림수 속에 좀 더 자신 있게 배트를 돌리길 원했던 것. 이정훈은 5회 상황에 대해 "직구를 노려 배트를 냈는데, 체인지업이더라"며 "나도 '참아야지'라고 후회했다"라고 밝혔다.
윌리엄스 감독의 충고에 이정훈은 깨달음을 얻었다. 7회와 9회 투심을 공략해 안타를 추가했다. 개인 한 경기 최다타이 3안타를 기록했다. 그는 "감독님 덕분에 안타를 2개 더 때렸다"라고 고마워했다.
이정훈은 휘문고-경희대 출신으로 2017년 2차 드래프트에서 막차(10라운드, 전체 94순위)로 프로에 합류했다. 전날(4일)까지 프로 통산 성적이 22타수 4안타. 안타 4개는 모두 2019년에 기록했다. 올해 1군 성적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2타수 무안타. 퓨처스(2군)리그 13경기에선 타율 0.258, 3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과감하게 이정훈을 4번타순에 기용했고, 그는 침체된 팀 타선에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최형우와 나지완이 이탈한 KIA는 4일까지 팀 타율 9위로 부진했다.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4번 타자로 출장하게 됐는데 긴장을 많이 했지만 첫 타석에 스윙을 하고 긴장이 풀렸다"라고 했다.
이정훈의 주 포지션은 포수이지만, 공격 재능을 더 인정받고 있다. 상무 제대 후 의욕적으로 준비한 지난 시즌에는 부상으로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최형우의 이탈로 얻은 첫 번째 기회를 잘 살렸다. 이정훈은 "선배들이 '1군에서 안타 3개를 치기 쉽지 않은데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최형우 선배가 돌아오기 전까지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