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포털 웹툰 일본 진출 현황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점유율 싸움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웹툰을 앞세워 일본 진출 4년 만에 1위를 차지한 카카오와 오리지널 콘텐트로 순위 역전을 노리는 네이버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네이버보다 3년 늦은 2016년 4월 만화 앱 '픽코마'를 론칭한 카카오재팬은 해마다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다. 6일 카카오의 2021년 1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유료 콘텐트 매출에서 픽코마(53%)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카카오페이지(47%)를 넘어섰다. 지난 1분기 픽코마가 일본에서 거둔 매출은 약 9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6% 폭증했다.
글로벌 앱 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픽코마는 지난해 9월 전 세계 만화·소설 앱 가운데 월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 세계 비게임 앱 중 전 분기 대비 매출 증가율 3위에 올랐다. 이 모든 것이 단일국가(일본)에서 이룬 성과다. 카카오 유료 콘텐트 분기별 매출 현황. 카카오제공 카카오 관계자는 "픽코마는 (단행본이 아닌) 웹툰 중심의 비즈니스 구조를 가져갔다. '기다리면 무료'(이하 기다무)와 같은 유료 결제 시스템도 발달해 있다"며 "생태계 초기 대부분 무료로 웹툰을 즐겼던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돈을 주고 콘텐트를 소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다무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용자에게 무료 열람권을 지급하는 서비스다.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해 다음 화를 바로 보고 싶은 이용자는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픽코마의 매출 절반가량은 웹툰에서 발생한다. 나머지는 일본의 단행본 만화를 스캔한 '디지털 코믹'에서 나온다. 흥미로운 사실은 픽코마 전체 작품 중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한국 작품이다.
대표적인 인기작 중 하나인 '나혼자만레벨업'은 픽코마에서 '2019 올해의 웹툰', '2020 픽코마 어워드'를 수상했다. 픽코마에서 일일 11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열람한다. 라인망가 로고. 1위 자리를 내준 네이버는 전열을 정비하고 왕좌 탈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경쟁 플랫폼인 픽코마를 향한 선전포고도 잊지 않았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9일 있었던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일본 '라인망가'는 플랫폼과 콘텐트 안정성 및 사용성 개선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현지 시장 1위 탈환을 위해 서비스 방문 빈도를 높이고, 콘텐트 소비량 확대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일본에서 운영 중인 만화 앱 라인망가는 현지 특성에 맞게 단행본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다 모바일 콘텐트 소비 환경에 최적화한 한국의 웹툰이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뒤늦게 연재형 서비스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 노력에 힘입어 라인망가의 올해 1분기 유료 사용자와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20% 이상 성장했다.
드라마 '여신강림' 포스터. tvN 제공 또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된 네이버웹툰 원작의 드라마 '여신강림'은 일본에서도 지난달 23일부터 방영을 시작하며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을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의 성공 사례를 써나가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기 IP를 중심으로 연재형 콘텐트를 늘려나가고 있다. 현지 창작자들과의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도 확대하고 있다"며 "네이버웹툰의 운영·개발 역량을 투입해 사용성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보기·완결보기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고전하고 있지만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영토는 눈에 띄게 넓어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네이버웹툰의 월간이용자수(MAU)는 7200만명을 넘어섰다. 이달 중 인수를 완료하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합하면 1억6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게 된다. 웹소설과 웹툰의 시너지를 강화해 콘텐트 경쟁력을 키운다면 일본 시장에서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