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알버트 푸홀스(41)의 선택지는 은사가 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전성기를 보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아니었다. 그의 선택은 LA 다저스였다.
MLB.com는 16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푸홀스가 다저스와 잔여 시즌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LA 에인절스와의 10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맞이했던 푸홀스는 지난 7일 에인절스로부터 양도지명(DFA) 처리됐다. 이후 웨이버 공시를 거쳐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됐다. 푸홀스는 ‘이웃집’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재취업에 성공했다.
푸홀스는 MLB를 대표하는 ‘리빙 레전드’다. 2001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데뷔한 푸홀스는 MLB 통산 21시즌 667홈런, 3253안타, 2112타점, 1852득점을 기록했다. 데뷔 시즌 신인왕을 받았으며, 2010년까지 매년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이 기간 최우수선수(MVP)로 세 차례 선정됐다. MLB 역대 개인기록 순위에서 홈런 5위, 안타 6위, 타점 3위, 득점 9위에 올라있는 푸홀스는 은퇴 후 ‘명예의 전당(H.O.F.)’ 가입이 확실시 되는 선수다.
2012년 FA 자격을 얻어 에인절스와 10년 총액 2억4000만 달러(2710억 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30대 중후반에 들어서 성적 하락이 뚜렷했다. 2013년에는 시즌 17홈런을 기록했으며, 2017시즌 OPS는 0.672였다. 최근 5시즌 타율 0.240(1787타수 428안타), 76홈런, 295타점에 그쳤다. 올 시즌은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8, 5홈런, 12타점으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결국 방출됐지만, 푸홀스의 현역 연장 의지는 확고했다. 다저스만 푸홀스 영입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MLB.com은 “다저스 외에 2~3개 팀이 푸홀스에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친정팀인 세인트루이스는 접촉한 적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다저스와 푸홀스의 선택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다저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으로 전력 구성을 갖춘 팀인 데다가 푸홀스의 경기 출전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 소속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코디 벨린저와 잭 맥킨스트리, 에드윈 리오스, AJ 폴락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포지션이 겹치는 1루수 맥스 먼시가 2루와 3루 수비도 가능해 포지션 중복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푸홀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또한 다저스는 좌투수 상대로 약하다. 우투수 상대 팀 타율 0.260, OPS 0.738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데 반해 좌투수 상대 팀 타율 0.232, OPS 0.700으로 19위에 그치고 있다. 좌투수 상대로 강한 타자가 필요했다. 푸홀스는 시즌 타율보다 높은 좌투수 상대 타율(0.259)과 나쁘지 않은 OPS(0.878)을 기록하고 있다. 좌투수 상대 홈런은 3개다.
연봉 부담도 푸홀스의 이름값에 비하면 적다. ‘AP통신’ ‘LA 타임스’ 등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 시즌 3000만 달러를 받는 푸홀스는 다저스로부터 MLB 최저 연봉 수준인 약 42만 달러(4억7000만원)만 받는다. 나머지는 에인절스가 부담한다.
한편, 다저스는 코디 벨린저, 무키 베츠, 클레이턴 커쇼에 이어 푸홀스까지 네 명의 MVP 출신을 보유하게 된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네 명의 전직 MVP가 한 팀에서 뛰는 것이 1978년 신시내티(피트 로즈, 조 모건, 조지 포스터, 조니 벤치), 1982년 에인절스(로드 커류, 프레드 린, 돈 베일러, 레지 잭슨), 1996년 보스턴(로저 클레멘스, 호세 칸세코, 케빈 미첼, 모 본) 이후 네 번째라고 소개했다. 또한 다저스 투수 중 사이영상 수상자는 커쇼, 트레버 바우어,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