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반려견 순심이와 함께 한 3647일을 공개했다. 순심이를 통해 유기견 입양에 대한 대중 인식을 바꿔 놓았던 이효리는 그의 마지막 추억까지 공유하고, 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대한 심정을 솔직하게 꺼냈다.
순심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난해 12월 23일 새벽 5시 반. 이효리는 SBS '동물농장'에 출연해 "고요한 새벽 같은 느낌이었다. 바람도 안 불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기록으로 남겨뒀다. 이효리는 환불원정대 활동으로 함께 한 시간이 적었다면서도 "이 또한 순심이가 너무 침체되어 있지 말라고 일을 만들어주고 갔나 싶기도 하다"고 애틋해 했다. 또 "순심이가 언젠가 갈 텐데 생각만 했다. '갈 텐데'와 진짜 가는 것은 너무 달랐다. 순심이 치료가 어렵다고 했을 때는 계속 오열했다. 순심이가 아픈데 얼굴을 보면 내가 아픈 사람이었다"며 울다 웃었다. 이상순은 "평소처럼 순심이 곁에 최대한 있어 주면서 편하게 보내자고 했다"며 이효리에 순심이 영상들을 보여줬다.
이효리가 이상순과 연애를 할 때에도, 결혼 후 제주에서 신혼집을 차렸을 때도 순심이는 늘 함께했다. 힘들지 않은 스케줄이라면 매번 동행했다. 노래도 함께 불렀고, 화보와 에세이도 만들어 기부했다. 이효리는 "간식이나 산책보다 내 옆에 있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이 정도로 깊은 교감과 사랑을 해본 상대는 순심이가 처음이다.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을 알게 됐다. 깊은 사랑과 교감이 살면서 제일 행복감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화려하고 부풀어 있었다면 (순심이로 인해)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신혼집을 찾은 이효리와 이상순은 "순심이 생각이 많이 난다. 이 집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라며 그리워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 신혼집은 JTBC '효리네 민박'을 통해서도 공개된 바 있다. 이효리는 "추억을 함께한 공간에 와서 이야기하면 내 마음이 정리도 되고, 보시는 분들도 반려동물을 보낸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예전에 순심이랑 살던 집에서 인터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송 이후 인스타그램에는 '순심이' 키워드가 31000개에 달했고 순심이 편을 보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도 이어졌다. 특히 '#끝까지책임지세요' '#사지말고입양해요' 캠페인도 퍼지면서, 반려동물도 가족이란 인식을 다시 한번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효리는 "한 마리가 입양되고 가정을 찾아가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다. 여러분의 사랑으로 가정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참 고맙다"면서 "순심이와 함께하는 동안 너무 많이 배웠고, 너무 많이 공부했다. 마지막까지도 나를 변화시키고 가는구나. 촉감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라며 추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