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양판 업계가 자체브랜드(PB)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갈수록 심화하는 온·오프라인 경쟁 속에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최근 '이름값' 보다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매출도 우상향 중이다.
주부 최유진(63) 씨는 최근 '세컨드 냉장고'를 알아보고 있다. 집에 이미 유명 브랜드의 냉장고를 갖고 있지만, 한 대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러 제품을 살펴보던 최 씨는 긴 고민 끝에 롯데하이마트(이하 하이마트)의 PB 브랜드 '하이메이드'를 선택했다.
최 씨는 "4도어에 418L로 넉넉한데 가격은 50만원 선이었다. 소비전력 등급도 나쁘지 않았다"며 "냉장고를 만든 곳도 나름대로 알려진 '캐리어'더라. A/S도 나쁘진 않겠다 싶다"고 말했다.
하이메이드는 하이마트가 2016년 론칭한 PB 브랜드다. 종전까지 삼성과 LG, 다이슨 등 국내외 브랜드를 두루 취급하던 하이마트는 하이메이드를 기점으로 PB 제품 제조와 유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4년 사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토스터나 전기포트 등 소형가전 위주였지만, 최근 냉장고와 TV, 에어컨까지 출시했다. 가습기·그릴·믹서기·밥솥까지 웬만한 라인은 다 갖췄다.
이마트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는 2015년부터 PB 가전 '일렉트로맨'을 선보이고 있다. 생활·주방 가전과 모니터 등의 디지털 가전을 총망라한다.
2008년 론칭한 전자랜드의 PB 브랜드 아낙은 국내 양판점 PB 가전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히트 상품은 안마의자다. 고급 사양의 안마의자가 국내 유명 브랜드의 절반 수준이다.
가성비가 좋다 보니 잘 팔린다. 올해 1~2월 일렉트로맨 PB 가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가량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하이메이드 역시 론칭 이후 매출이 지속해서 늘어왔다. 올해 1월부터 5월 11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신장률이 60%에 달한다. 전자랜드는 대표 PB 상품인 안마의자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각 양판 매장은 PB 가전의 판을 키우는 분위기다. 하이마트가 적극적이다. 하이마트는 그동안 PB 제품을 일괄적으로 '하이메이드'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기능과 쓰임, 타깃을 세분화해 '하이메이드베이직' '아이디어' '디자인' '시리즈' 등 4개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제품 아이디어와 제조, 출시까지 하이마트가 주도하는 제품이 적지 않다.
내친김에 하이메이드 개발에 참여할 중소파트너사까지 공개 모집한다. 하이마트는 하이메이드 생산을 위해 캐리어와 신일, 위니아, 하이얼 등과 협업해 왔다. 그러나 공개 모집과 함께 하이메이드 개발에 참여하는 파트너사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하이메이드의 선전을 편리한 A/S에서 찾는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본지에 "파트너사가 직접 방문해 서비스하는 대형 가전 외에도 소형 가전도 동네마다 있는 하이마트 매장에서 대부분 서비스 등록할 수 있다. 큰 버스가 하이마트 매장을 순회하며 A/S 제품을 수거하는 방식"이라며 "양판 현장의 노하우가 담긴 하이메이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