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이 진정한 도전을 시작했다. IS포토이 잊혔던 '특급' 유망주가 785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섰다. 롯데 우완 윤성빈(22) 얘기다. 사령탑은 실력과 마음가짐 모두 성장했다고 자신했다.
윤성빈은 지난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과의 주말 3연전 1차전에 구원 등판했다. 롯데가 9-1, 8점 차 넉넉한 리드를 잡고 있었던 9회 말이었다. 볼넷 1개를 내줬지만, 실점 없이 1이닝을 막아냈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2㎞. 총 투구 수 23개 중 포심 패스트볼은 21개였다.
윤성빈은 2019년 3월 28일 삼성전 선발 등판 이후 785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섰다. 복무 이탈은 없었다. 1군에서 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동안 '방황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것.
윤성빈은 2017년 1차 지명 유망주다. 부산고 2학년이었던 2016년부터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을 만큼 빼어난 재능을 인정받았던 선수다. 이듬해 1차 지명을 앞두고 국내 무대 도전을 선택했고, 큰 관심 속에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입단 1년 차 때는 관리를 받았다. 정상이 아니었던 어깨를 상태를 회복했고, 근력을 강화했다.
2년 차였던 2018시즌 자신의 프로 무대 데뷔전에서 선발 임무를 맡았다. 인천 SSG전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3실점 이하 투구를 선보였다. 거품론이 쏙 들어갔다. 그러나 경기 체력이 부족했고, 투구 수 60~70개를 넘어서면 급격히 흔들렸다. 결국 불펜으로 자리를 이동했고, 6월 말에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시즌 막판 복귀했지만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2019시즌은 1경기, 2020시즌은 1군 등판이 없었다.
제자리를 향하려는 유망주 투수의 날갯짓에 롯데 팬의 관심이 많다. 퓨처스팀 사령탑을 역임하며 윤성빈의 재기 노력을 지켜본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선수의 진정한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22일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윤성빈이 최고의 투구였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효율적이었다. 모든 선수에게는 자신의 (야구) DNA가 있고, 윤성빈도 최적 메커니즘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21일 두산전 투구에서 확인한 수확을 언급한 뒤 "특히 타자와 타자 사이에 재정비(리셋)하는 모습이 좋았다. 지난 결과는 잊고 침착하게 다음 (승부) 계획을 짜는 모습이 보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귀전에서 부담을 이겨내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 모습도 높이 샀다.
윤성빈은 게으른 천재라는 시선을 받았다. 자초한 바가 있다. 기대주의 더딘 성장 탓에 롯데 팬의 볼멘소리도 나왔다.
서튼 감독은 2021년 윤성빈은 지난 4년(2017~20)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봤다. 윤성빈을 향한 평판에 대해 "편견은 1년 전 얘기인가, 아니면 최근 얘기인가"라고 되묻더니 "젊은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입성한 직후 (프로 선수로서) 책임감을 잘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성장하지 못한 모습도 있었을 것. 그러나 이제는 달라진 게 보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윤성빈과 같은 해 프로 무대에 입성한 동기 중에 이정후(키움)가 있다. 이제 그는 부친 이종범(현재 LG 2군 코치)의 명성을 벗어나,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인정받고 있다. 고우석은 LG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 오승환의 후계자로 여겨진다.
2017년 최고 신인으로 평가받던 윤성빈은 지난 4년 동안 보여준 게 없다. 이제 도약과 답보 갈림길에 있다. 깨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윤성빈이 동기 중 누구보다도 인정받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외국인 감독은 "달라졌다"고 장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