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홈 인테리어 리모델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실거주하려는 세대가 늘어난 반면, 신축 아파트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거주지를 뜯어고치려는 '집콕 족'이 증가하면서 홈 리모델링 업계가 전례 없는 부흥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홈 리모델링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리모델링 업체 결정부터 공사 범위, 금액, A/S까지 생각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리모델린이(리모델링+어린이)'를 위해 홈 인테리어 리모델링 전 꼭 알아야 할 기초 '꿀팁'을 알아본다.
평당 가격, 요즘 150만원
과거 홈 리모델링 업계에는 '평당 100만원'이라는 암묵적인 기본가가 있었다. 리모델링하는데 평균 평당 100만원씩, 30평 기준 3000만원 정도는 예산으로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재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평당 가격도 치솟았다. 요즘 홈 리모델링 업계에는 '평당 150만원'을 기본으로 잡는 추세다.
리모델링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평당 얼마냐"는 질문이 가장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본가라는 것이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본인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신동윤 한샘 리하우스사업본부 교육팀장은 "평당 얼마냐는 질문은 매번 받지만 답하기 가장 난감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창호 교체나 베란다 확장, 단열, 하다못해 수전까지 고객이 원하는 만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승현 벤 인테리어디자인 대표는 "우리 입장에서는 평당 가격을 묻는 말이 마치 BMW를 사러 온 고객이 '차 한 대에 얼마에요'라고 묻는 느낌"이라고 했다. 자동차 한 대도 옵션과 차종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집 리모델링은 오죽하겠느냐는 뜻이다.
너무 싸도 문제?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가격이 저렴한 곳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 팀장은 "무조건 가격을 싸게만 부르는 업체는 선택을 지양하시길 바란다. '얼마가 됐든 가격에 맞춰주겠다'고 하는 업체는 소비자를 현혹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고차 시장에 자주 나오는 '허위매물'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신 팀장은 "중고차 딜러 중에 시세보다 현격히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경우가 있다. 막상 계약하려고 찾아가면 '이 매물은 없다'며 다른 중고차를 추천한다"며 "인테리어 비용의 60%는 인건비다. 깎는 데 한계가 있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내세워 계약을 끌어내는 업체는 나중에 추가 요금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리모델링 비용에 가장 많은 부분 중 하나가 인건비와 업체의 최소 마진"이라며 "초기 견적이 지나치게 싼 곳은 날림 공사의 우려가 있거나 현장 실측 후 가격을 더 달라고 할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셀프 리모델링, 인기 앱서 배워라
셀프 리모델링은 업체나 기술자가 진행할 부분을 집주인이 직접 하기 때문에 총 공사 비용을 상당 부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화장실은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 가서 수전과 타일 등을 직접 고른 뒤 현장에서 미장이를 소개받아 고치고, 조명이나 배선은 을지로 조명 거리에 가서 제품을 선택한 뒤 기술자를 섭외해 처리하는 식이다.
업체에 이런 일들을 일괄적으로 맡기면 자신의 취향이 아닌 제품을 골라올 수도 있고, 도매가격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최근 '오늘의 집'이나 '집닥' 등 인테리어 앱이 인기를 끌면서 셀프 리모델링을 한 사례를 참고하거나 노하우를 배우기도 편해졌다.
집주인이 손재주와 시간이 있다면 혼자서 해결할 수도 있다. 신 팀장은 "홈 리모델링에 드는 대부분의 비용이 인건비다. 집주인 혼자서 이 부분을 도맡는다면 금액적인 부분에서 상당 부분 절약이 된다"고 말했다.
업체 리모델링 '계약 빨리해야 유리'
하지만 셀프 홈 리모델링은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신 팀장은 공부 없이 기술자들을 각각 섭외하다가 자칫 인건비만 더 올라갈 수도 있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신 팀장은 "도기, 욕조, 타일 등 각 분야의 기술자들을 한 명씩 부르다 보면 기본 출장비가 올라갈 수 있다"며 "특히 타일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 낮은 수준의 기술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 업체에 토털 리모델링을 맡기면 셀프 리모델링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당 부분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 팀장은 "업체를 선정할 때 포트폴리오를 잘 살펴보고, 디자이너와 설계자에게 원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전달만 한다면 업체에 위임하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마음먹었다면 계약은 가능한 빨리하는 편이 유리하다. 업체마다 일을 잘하는 '장인'과 협업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장인은 숫자가 한정돼 있고, 소화해야 할 일도 쌓여있다.
김 대표는 "미리 계약을 해두면 솜씨 좋은 장인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며 "평소 인테리어 리모델링 사진을 봐두고 모아두면 업체가 빨리 콘셉트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계약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라
한국소비자원이 2017년 발표한 '주택 수리 및 인테리어 시장의 소비자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하자보수 미이행·지연 등의 피해가 30.85%로 가장 높았으며, 자재품질·시공·마감 등의 불량은 11.94%, 부실시공이 11.44%로 주로 시공업체와의 소통 부재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계약서는 최대한 디테일하게 작성해야 한다. 가구나 도기 등의 모델명까지 일일이 적어두면 나중에 나올 잡음을 줄일 수 있다. 또 업체가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신 팀장은 "몇 안 되는 홈 리모델링 기업은 전자계약을 한다. 리모델링 계약을 맺을 때 현장에 들어가는 모든 품목과 모델명이 기재된다. 정찰제여서 가격도 투명하게 오픈되고 나중에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 소비자는 태블릿으로 전자계약을 맺고 법적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S와 관련한 내용도 계약서에 넣길 권장한다. 공사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자가 발견되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향후 몇 년 안에 누수가 발생했을 경우, 조명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등 자세하게 명시할수록 좋다.
시공업체나 기술 작업자의 사업자등록증, 사무실을 확인해두는 것도 좋다. 사업자등록증 상 업체의 업종과 업태가 적합한지를 확인한 뒤 휴업 혹은 폐업 상태는 아닌지 살펴야 한다.
하자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자이행보증보험은 업체가 계약서에 약속한 하자보수를 일부러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할 수 없는 경우 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그러나 하자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 비용이 견적에 추가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 전 업체와 협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