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검은 지난겨울 키움과 재계약에 실패했다. 2017년부터 통산 42승을 기록한 '장수 외국인 투수'지만,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기량 문제는 아니었다. 시즌 중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두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게 화근이었다. 몸 상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고, 고심을 거듭한 키움이 결단을 내렸다. 김치현 당시 키움 단장은 "(브리검을 포기한 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브리검은 눈을 돌려 대만 프로야구(CPBL)로 향했다. 신생팀 웨이치엔 구단과 계약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반면 키움은 새 외국인 투수 조쉬 스미스로 브리검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성적이 기대 이하였다. 스미스는 시즌 2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6.30으로 부진했다.
결국 4월 15일 키움은 스미스를 퇴출한 뒤 브리검을 재영입(최대 53만 달러·5억9000만원)했다. 당시 브리검은 CPBL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0.63으로 '무적'이었다. 재계약 실패의 원인이던 팔꿈치도 문제없었다.
키움은 브리검의 계약을 발표하며 '우려했던 팔꿈치 부상에 대한 후유증은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 4년 동안 보여준 에이스의 위용을 다시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건강한' 브리검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 15일 고척 한화전에서 5⅔이닝 5피안타 무실점 쾌투했다. 복귀전에서 15-1 대승을 이끌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21일 고척 NC전에선 7이닝 3피안타 무실점하며 연승을 달렸다. 2경기 12⅔이닝 12탈삼진 무실점. 흠잡을 곳 없는 성적이다. 팀 합류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한 2주 자가격리를 거쳐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다. 투수에게 민감할 수 있는 '강제 휴식'이었다. 하지만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주 무기인 투심 패스트볼(투심)을 앞세워 노련하게 땅볼을 유도한다. 땅볼/뜬공 비율이 1.56으로 지난 시즌(1.34)보다 더 높다. 21일 NC전에선 전체 투구 수 101개 중 절반에 가까운 49개(48.5%)가 투심이었다. 포심 패스트볼이 2개에 불과할 정도로 투심 의존도가 높았지만, 타자들이 알고도 속았다. 그만큼 홈플레이트 앞에서 움직임이 컸다.
송신영 키움 1군 투수코치는 "브리검의 제구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다. 특히 투심의 움직임이 좋다. 슬라이더가 투심과 비슷한 궤적으로 들어간다"며 "브리검은 상대 타자의 습성, 타이밍, 노림수를 잘 읽고 대응한다. 벤치에서 이 상황에서 어떤 걸 요구할지, 자기가 어떻게 타자를 상대할지 잘 알고 대처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