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에스파의 메타버스 세계관으로 SM엔터테인먼트가 또 한 번 획기적인 기획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에스파는 데뷔곡 'Black Mamba'와 유영진의 곡을 리메이크한 'Forever'에 이어 최근 발표한 'Next Level'을 포함해 단 3곡을 발표했다. 활동 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고 아직 정규 앨범은 없지만 이들이 음악으로 펼쳐내고 있는 세계관과 다양한 시도는 이미 글로벌 팬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관 이젠 세계관은 아이돌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됐지만, 에스파는 기존 아이돌 세계관을 뛰어넘는 메타버스(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를 접목시킨 세계관을 풀어내고 있다. 현실 세계의 에스파 멤버들과 가상 세계의 아바타 멤버들, 이들을 조력하는 서포터 나비스(naevis)가 현실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아이텐티티를 가진 신개념 아이돌 그룹이다. 여기에 뉴노멀 시대에 맞춘 다양한 디지털 콘텐트와 폭넓은 스토리텔링을 펼쳐내고 있다. "미래는 AI와 셀러브리티의 세상이 된다"고 말한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의 핵심 가치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광대한 스토리텔링 에스파의 세계관은 입문하기 다소 어렵지만 한 번 빠지면 점점 빠져들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에스파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 아이(ae)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세계관을 골자로 한다. 에스파가 내놓는 음악과 가삿말, 티저, 콘셉트 포토 등에서 표현하는 세계관의 숨겨진 의미와 스토리를 퍼즐 맞추기 하듯 끼워넣는 재미가 쏠쏠하다. 데뷔곡 'Black Mamba'는 에스파와 아바타 아이의 연결을 방해하고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블랙맘바'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모험을 세계관으로 담아냈다. 'I’m addicted/끊임없이/말을 걸어주는/나의 에스파/이런 교감. 너의 존잰 날/다른 차원으로/이끌었지', '에스파는 나야/둘이 될 수 없어/, '거울 속의 나는 네가 아닐까?/일그러져버린 환영인 걸까?/다시 너와 연결될 수 있다면/너를 만나고 싶어 이제/모든 걸 삼켜버릴/Black Mamba' 등의 가삿말에 세계관을 녹여냈다.
최근 공개한 'Next Level'에선 '블랙맘바'를 찾기 위해 '광야'로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Black Mamba가 만들어낸 환각 퀘스트/aespa, ae를 분리시켜놓길 원해 그래/중심을 잃고 목소리도 잃고 비난받고/사람들과 멀어지는 착각 속에/naevis 우리 ae, ae들을 불러봐/aespa의 Next Level “P.O.S”를 열어봐/이건 REAL WORLD 깨어났어', 'I'm on the Next Level/저 너머의 문을 열어/Next Level', '결국 난 문을 열어/그 빛은 네겐 Fire(Too hot too hot)/난 궁금해 미치겠어/이다음에 펼칠 Story' 등 스토리 전개를 풀어낸 가사로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가사에 등장하는 'P.O.S(Port of Soul)'은 인간은 통과할 수 없는 문을 의미하며, 아이가 이 문을 열면 현실 세계로 와 에스파를 만날 수 있다는 설정이다.
윈터는 흑막? 여기에 팬 '마이(에스파 팬덤명)'가 다양한 추측을 내며 세계관을 함께 확장해가고 있다. '광야'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라는 의미라는 뜻의 '마이'가 스토리의 키를 쥔 핵심 인물로 주목하는 멤버는 윈터다. 윈터가 에스파 세계관의 흑막이라는 게 팬들의 추측이다. 티저 등 콘텐트에서 윈터가 멤버들과는 다른 행동을 하거나 시선이 혼자 다른 경우가 있고, 인공지능이 발전이 더뎌지는 침체기를 AI WINTER라 부른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러한 마블 영화에서 나올 법한 세계관에 에스파 멤버들은 이미 굉장히 몰입해 있다. 에스파는 메타버스 세계관에 대해 "실제로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에스파의 세계관을 수업받듯이 교육받아서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며 "저희는 8인조 걸그룹이다. 아바타 멤버들이 가끔 포스를 열고 저희가 있는 현실세계로 나온다.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호흡을 맞추지 않아도 잘 통한다. 앞으로도 아이 에스파와 함께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SMCU의 시작점 에스파는 SM엔터테인먼트가 문화에 인공지능, 바이오, 나노테크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완성하고 제시하고자 하는 미래 엔터테인먼트 'SMCU(SM 컬처 유니버스)'의 시작점이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해 10월 세계문화산업포럼에서 "전혀 새로운,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가 담겨있는 스토리텔링 콘텐트가 아티스트와 음악을 표현하는 필수 요소이며,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한다"라며 "한 그룹 안에서 온,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그러나 각각 서로 다른 방식으로, 때로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는 등 다채롭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에스파로 인해 저는 또 다시 새로운 길을 열고, 여러분께 차별화된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미래 비전을 밝혔다. 에스파를 시작으로 SM엔터테인먼트가 어떻게 미래 엔터테인먼트의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