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LG 감독이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전을 8-2로 이긴 뒤 남긴 총평이다.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난 LG 채은성(31)이 이번 3연전에서 더 잘 치고, 잘 뛰었기 때문이다. 류지현 감독은 그래서 특급 칭찬을 남겼다.
채은성은 28~30일 키움과 3연전에서 13타수 7안타를 기록했다. 3경기 모두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때려냈다. 30일 경기에선 2-0으로 앞선 2회 2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최원태를 무너뜨리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쳤다. 1-0에서 상대 야수 실책과 볼넷 등으로 키움의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키움의 의지를 꺾어놓는 강펀치를 날린 것이다.
지난 28일 경기에선 안타를 치고 나가서 열심히 달렸다. 0-0에서 안타로 출루한 그는 2루와 3루 연속 도루에 성공했고, 1사 3루에서 유강남의 적시타로 결승 득점을 올렸다. 채은성이 1군 무대에서 한 이닝에 도루 2개를 성공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4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로 출루한 뒤 외야수 이정후의 실책으로 2루까지 안착했고, 유강남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LG는 3-1로 이겼다.
채은성도, 류지현 감독도 키움과의 주말 3연전 때 "좋은 기운이 감돌았다"라고 말했다.
채은성은 지난 26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아침 일찍 아내의 출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8년 12월 7년 연애 끝에 결혼한 채은성이 그토록 기다리던 첫 딸을 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류지현 감독에게 양해를 구해 출산 휴가를 얻고 서울로 급히 이동했다. 채은성의 아내는 27일 새벽 오전 체중 3.16㎏의 딸을 순산했다.
채은성은 딸이 태어나기 전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침에 잠시 쪽잠이 들었다. 그리고 구단을 통해 "내일(28일) 잠실 키움전부터 팀에 합류해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조사 휴가는 닷새가 주어지는데, 이틀만 사용하고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류지현 감독은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팀에 합류하자마자 채은성은 주말 3연전에서 0.538을 기록하며 팀의 위닝 시리즈를 이끌었다. 4연패로 시작한 5월 마지막 주, LG는 기분 좋게 4승 1패로 마감했다. 채은성은 30일 경기 종료 뒤 "처음에 딸을 보니 기분이 묘하더라. 딸을 얻은 좋은 기운을 받아 경기에서 잘하고 있다"며 웃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자녀 출산 뒤 좋은 활약을 선보이면, 선수와 팬들은 '분윳값 버프'를 얘기한다. 분윳값을 벌기 위해 더 열심히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채은성은 변함이 없다. 육성선수(연습생) 출신으로 어렵게 이 자리까지 올라온 그는 "아기가 나와서 더 열심히 한다기보다 항상,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채은성은 현재 LG의 4번타자를 맡고 있다. 로베르토 라모스가 부진으로 타순이 내려간 뒤 그 자리를 계속 잘 메우고 있다. 팀의 고민을 해결한 것. 채은성은 시즌 타율(0.295)보다 4번타자로 나섰을 때의 타율이 0.313으로 훨씬 높다. 그는 전체 타석의 63%를 4번타자로 나섰다. 4번 타자일 때의 홈런(5개·83.3%)과 타점(24개·96%)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그는 "타순(을 의식하기)보다 경기에 출장하는 게 좋다. 타순에 맞게끔 활약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경기 전에도 산후 조리원 카메라를 통해 아기의 모습을 보고 확인한다. 아직은 자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며 '딸 바보' 아빠의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그는 "어서 씻고 산후조리원에 가봐야 한다"라며 서둘러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