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레싱'(2013) 이후 드라마에서 활약해온 서인국이 '파이프라인(유하 감독)'의 주인공으로 흥행 훔치기에 돌입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파이프라인'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 그들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이다. 서인국은 주인공인 대체불가 최고의 천공 기술자 핀돌이 역을 맡았다. 핀돌이는 드릴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빼돌리는 천공 기술자로, 업계 최고라 불리는 타고난 도유꾼. 건우(이수혁)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수천억 규모의 범죄에 리더로 합류해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을 이끄는 인물이다. 핀돌이 역으로 분한 서인국은 세련된 명품 수트를 입은 채, 천공 작업을 하는 모습부터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휘말리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현재 방송 중인 tvN 월화극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서 신비로운 매력이 넘치는 멸망을 연기 중인 서인국. TV와 스크린 두 영역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로 '배우 서인국'의 무한한 스펙트럼을 입증하고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개봉해 아쉬움도 있겠다. "이 시기에 개봉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극장 방역 수준이 높다고 들었다. 많은 분들이 극장이 안전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더 즐기셨으면 한다."
-그렇기에 흥행 결과에도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어떤 작품이든 성적에 신경이 쓰인다. 그건 신의 영역인 것 같다. 욕심은 있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우리 영화를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파이프라인'을 준비하며 참고한 케이퍼 무비가 있나. "외국 영화나 이런 것들을 참고하게 된다면 내가 만들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다. 감독님과 대화를 진짜 많이 나눴다. 감독님 사무실에 찾아가서 시나리오에 관해 이야기했다. 수정된 시나리오를 보며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땅굴이라는 소재가 신선했다. 근데 촬영할 땐 진짜 힘들더라. 한 곳에서 갇혀 촬영하다보니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빨리 지치고 답답했다. 다행히 팀원들끼리 호흡이 좋아서, 그 안에서 격려해주고 위로해주고 힘을 냈다."
-촬영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 "땅굴이다보니 먼지가 많았다. 일부러 땅 먼지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눈도 뜨기 힘들었다. 3개월 가량 촬영해야하니 스태프들이 일부러 콩가루와 황토 같은 안전한 것들로 준비해줬다. 좁은 공간에서 촬영하니 공기가 탁해진다. 숨이 막힌 듯한 느낌이 든다. 곳곳에 구멍을 뚫어서 매 컷이 끝날 때마다 공기가 통할 수 있게 했다."
-주로 보여줘온 멜로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아주 처절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다. 바닥을 기고 얻어 터지고 싸우기도 한다. 지금까지 (작품 속에서) 보여준 처절함은 핀돌이의 처절함과는 다르다. '서인국이 땅바닥을 기면서 고생했겠구나'란 생각을 하실 것 같다."
-욕설 연기도 인상 깊다. "핀돌이를 연기하면서 발산하고 방출하고 싶었나보다. 욕을 하며 스스로 너무 통쾌한 거다. 촬영 내내 애드리브로 욕이 많이 나왔다. 후시 녹음을 할 때 감독님이 욕이 너무 많다고 해서, 욕 같이 들리지 않도록 편집도 했다. 일차원적이긴 하지만, 욕을 하면서 감정을 표출하고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