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장발은 이제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재성이 1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1년 전부터 이재성(29·홀슈타인 킬)은 머리카락을 기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짧고 깔끔한 헤어 스타일을 고수했던 이재성의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호불호가 갈렸다. 일부 팬들은 "왜 머리카락을 기르냐"고 타박했지만, 일부 팬들은 "멋있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후 개인 취향을 존중하는 쪽으로 흘렀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재성은 원래 발 기술이 빼어난 선수로 유명했다. 키 180㎝인 그는 축구 선수로는 장신이 아니다. 이런 그가 헤딩 능력을 폭발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머리카락을 기르면서 생긴 현상이다.
지난해 9월 2020~21시즌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 리엥라싱겐-아를렌과 경기에서 이재성은 선발 출전해 전반만 뛰고 멀티 골을 기록했다. 두 골 모두 헤딩 골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독일 2부리그 11라운드 얀 레겐스부르크와 경기에서도 멀티 골을 터뜨렸는데, 첫 번째 골을 머리로 넣었다. 지난달 30일 2부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쾰른전에서도 이재성은 헤딩 골을 넣었다. 이렇듯 지난 시즌 이재성의 명장면에는 헤딩 골이 빠지지 않았다.
강력한 헤더를 가지고 이재성이 한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한국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오는 5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스리랑카(9일), 레바논(13일)까지 2차 예선 3연전을 펼친다. 한국은 2승 1무, 승점 7로 H조 1위에 올라있다.
이재성은 1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그의 장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재성은 "공교롭게도 머리카락을 기르면서 헤딩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 헤딩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웃으며 "전술적인 부분에서 훈련을 많이 했다. 특히 코너킥을 준비한 것이 경기장에서 많이 나와 뿌듯하다"고 말했다.
머리카락을 기른 남모를 이유가 있었다. 이재성에게 장발은 외로움의 증표였다.
그는 "처음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길렀다. 코로나19로 인해 미용실에 가지 못한 게 시작이었다"며 "이후 유럽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머리카락과 함께 잘 버티자는 의미로 지금까지 계속 기르고 있다. 많은 분이 장발을 좋아해 줘 즐겁게 기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홀슈타인 킬에서 헤딩 머신으로 거듭난 이재성. 연합뉴스 이재성과 킬과의 계약은 곧 종료된다. 결별이 유력하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 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재성은 "지금은 대표팀에 집중을 해야 할 시기다. 이 부분에 대해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없다. 6월 안에 거취가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를 가장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파울루 벤투호는 위기다. 지난 3월 한일전 참패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이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리그 일정이 타이트해서 힘들기는 했지만,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다.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벤투 감독님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신뢰와 자신감을 주고 있다. 선수들도 감독님을 도와주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와 호흡도 기대한다.
이재성은 "(손)흥민이와 (황)의조는 해외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같은 입장의 친구들이다. 친구들을 보면 힘이 된다. 또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좋은 친구들"이라며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만났다. 앞으로 어떻게 경기할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한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