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지브리가 돌아온다. 지브리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었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이어 아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지브리의 정통성과 현대의 기술성을 접목시켜 탄생시킨 작품 '아야와 마녀'를 전세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지브리가 6년만에 내놓는 신작 '아야와 마녀'는 미스터리한 마법 저택에 발을 들인 10살 말괄량이 소녀이자 마녀 지망생 아야의 마법 판타지 어드벤처물이다. 지브리 사상 최초로 제73회 칸국제영화제 오피셜 셀렉션에 초청받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야와 마녀'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원작자인 영국 다이애나 윈 존스 작가의 마지막 작품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무려 5번이나 정독했다고 알려진 소설 '이어위그와 마녀'를 원작으로 해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기획, 그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2006년) '고쿠리코 언덕에서'(2011) 등을 연출하며 아버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이어 지브리의 중심에서 가업 아닌 가업을 잇고 있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2일 진행된 화상 컨퍼런스에서 "지브리 신작이 6년이나 걸리게 됐는데 기다려준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아야와 마녀'의 처음을 회상하며 "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일본 사회는 노인이 많고 아이들이 적어지는 분위기였다. 이 같은 모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크면 더 많은 노인들을 짊어져야 한다. '아야와 마녀' 속 아야는 지금의 젊은이들을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원작 '이어위그와 마녀'에 대해서도 언급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원작을 읽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단연 주인공이었다. 아야는 스트레오 타입의 착한 아이가 아니라 굉장히 힘이 있는 아이다. 어른을 조종해서라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힘을 갖추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아야와 마녀'가 특히 주목을 높이는 이유는 스튜디오 지브리 최초의 풀(FULL) 3D 애니메이션이기 때문. 지브리는 고전의 2D 방식에서 시야를 넓혀 파리, 대만 등 3D CG 전문가들과 협력해 '아야와 마녀'를 탄생시켰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2014년 NHK 채널을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산적의 딸 로냐'로 CG 애니메이션을 경험했다.
"지브리에서 3D CG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고 운을 뗀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산적의 딸 로냐' 같은 경우 지브리가 아닌 다른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다. 이후 지브리로 돌아와 장편을 만든다면 '3D로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분명 새롭고 큰 도전이었지만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의외일지 모르겠지만 지브리 내에서는 보수적인 면과 혁신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다"고 현 지브리 환경에 대해 솔직하게 논하며 "컴퓨터 애니메이션 작업이 상당히 빨리 이뤄졌고, 앞으로도 3D 기법 애니메이션을 이어가려 한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비롯해 다른 감독들은 현재 2D 신작을 작업 중이다. 그야말로 공존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브리 내에서도 크게 와닿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랜시간 2D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기 때문에 어떨지 우리도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아버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좋게 평가해줬다"고 귀띔해 눈길을 끌었다.
지브리가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도 이 점을 꼬집으며 "새 도전에 가장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스튜디오 지브리도 3D와 CG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고 강조했다.
또 "그렇다고 스튜디오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D가 됐든 3D가 됐든 결과는 지브리 작품이다"며 "다만 앞으로 가능성을 어떻게 넓혀 나갈지가 고민이자 숙제다. 이번 작품을 만들며 겪은 시행착오와 시스템도 더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해 살짝 입에 올리며 "사실 아주 잘 알지는 못한다. 극장에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 한국 작품은 물론 일본의 다른 작품들도 잘 보지 못했다"면서도 "아내가 한류를 좋아했던 시기가 있어 드라마는 직·간접적으로 접했다. 이병헌의 드라마와 '대장금'을 즐겨봤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지브리의 3D 애니메이션 시작을 알린 '아야와 마녀' 속편과 시리즈화에 대해 "프로듀서도 속편을 제의하기는 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 전세계가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는 만큼 '아야와 마녀'를 통해 잠시나마 리프레시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퇴보하는 영화시장과 달리 애니메이션 시장 만큼은 지켜내고 있는 열도. 국내에서는 최근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매니아층의 전투적인 지지로 국내에서 2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아야와 마녀'가 세 도전으로 지브리의 명성을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