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가상화폐 투자 광풍에 수요가 급증한 은행권 비대면 통장 개설이 한층 더 간편해진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본인인증 앱 '패스(PASS)'만 있으면 계좌를 발급할 때 신분증 촬영 절차를 건너뛸 수 있게 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정부에 패스 모바일 운전면허증(이하 패스 면허증)을 비대면 계좌 개설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 중 패스 면허증을 실명확인증표 사본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규제 특례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 9월에 이미 패스 면허증이 실물 면허증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고 판단해 서비스 확대를 임시로 허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올 하반기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밀유지협약(NDA)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은행·보험·카드사 등에서 많은 협업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여러 은행과 증권사가 잇따라 비대면 상품을 출시했다. 현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쉽게 가입할 수 있어 고객 유치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입출금 계좌를 연계하며 지난 4월 말 기준 누적 고객 500만명을 돌파했는데, 간편한 비대면 통장 개설 서비스가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만 계좌를 만드는 과정에서 신분증을 촬영해 전송하는 것을 꺼리는 이용자가 많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30%의 이용자가 이탈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예를 들어 케이뱅크에서 신규 계좌를 만들 때 처음에는 본인인증을 한 뒤 약관에 동의하고 여섯 자리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상품에 대한 설명서와 자신의 영문 이름, 집 주소, 이메일 등의 확인을 마치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찍어서 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추가 인증을 위해 케이뱅크가 고객의 다른 은행으로 1원을 송금하면서 입금자 이름에 명시한 번호를 입력하거나 상담원과 영상통화를 하면 계좌 개설이 완료된다.
이처럼 인증 절차는 크게 복잡하지 않지만, 신분증 촬영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의 유출을 우려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 사람이 직접 찍어서 보내는 특성상 보안 허점도 존재한다.
이에 반해 이통 3사가 지난해 6월 출시한 패스 면허증은 휴대폰 가입자 명의를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신뢰성을 확보했다.
단순히 이용자가 촬영한 신분증 사진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휴대폰 소유자의 정보와 일치하는지까지 본다.
패스 면허증은 최초 등록 시 한 번만 신분증을 찍어 인증하면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다. 지금은 운전면허 갱신이나 편의점 주류 구매 시 성인인증 등에 쓰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스 앱만 있으면 원스톱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