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이 친환경 대형 트럭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트럭이 승용차 대비 1대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충전 인프라 역시 트럭 특성상 이동 노선이 정해져 있어 설치 시 활용도도 높다.
친환경 트럭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 이미 제품 양산에 돌입한 현대자동차와 배터리를 생산 중인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업체들에 기회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너도나도 친환경
2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 트럭 등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를 보유한 다임러 트럭 AG는 최근 미래 친환경 트럭 콘셉트 및 로드맵을 발표했다.
다임러 트럭 AG는 파리기후협약 준수와 친환경 조류의 확산 및 유럽연합(EU)의 정책적 방향으로 인해 탄소 중립 기술 도입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2039년까지 세계 3대 시장(유럽, 일본, 북미)에서 판매하는 라인업의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단거리 운송을 위한 순수 전기 배터리 트럭과 장거리 운송을 위한 수소 기반 연료전지 트럭, 두 가지 전기차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다임러 트럭 AG는 친환경 트럭 로드맵의 목적으로 대형 순수 배터리 전기 트럭 '메르세데스 벤츠 e악트로스'의 양산을 올해 시작하고, 2024년에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약 500km로 확대된 양산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다양한 도로와 까다로운 운행 여건에서 달리는 장거리 운송을 위해 수소 기반 연료전지 트럭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모델은 총 300kW 연료전지 시스템과 항속 출력 230kW(순간 출력 330kW) 전기모터 2기를 탑재해 630마력 이상의 항속 최대 출력을 발휘하고 배출 가스가 전혀 없으며, 재충전 없이 하루 최대 1000km 이상의 범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임러 트럭 AG는 벤츠 '젠H2' 트럭의 트랙 주행을 시작으로 2021년 연내에 일반 도로에서도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벤츠 젠H2 트럭을 실제 운송 업무에 투입하는 고객 시범 운영은 2023년에 시작할 계획이며 첫 양산차는 2027년쯤부터 고객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볼보트럭은 올해 유럽에서 대형 전기 트럭 3종 출시하며 육로 화물 운송 시장의 전동화를 주도하고 있다.
볼보트럭이 새롭게 선보인 모델은 '볼보 FH 일렉트릭' '볼보 FM 일렉트릭' '볼보 FMX 일렉트릭' 등 3종이다. 도심 지역 내 운송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화물 운송에도 적합한 모델들이며, 이중 볼보 FMX 일렉트릭은 건설 운송작업 용도로 운용할 수 있다.
신형 트럭들은 540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300㎞(자체 측정)를 달릴 수 있다. 총중량은 44톤에 달하며 연속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490㎾, 244.89kg.m다.
볼보트럭은 유럽을 시작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신형 트럭의 양산에 돌입한다. 상용차 업계의 대량 주문 특성상 양산 전에 미리 트럭 판매를 시작한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이르면 하반기부터 첫 상용차 ‘세미 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다. 초도 물량은 DHL그룹과 월마트 등 선주문을 마친 고객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생산은 2년 이상 늦춰진 상태다. 테슬라는 지난 2017년 ‘세미 트럭’의 출시 계획을 공개하면서 2019년 출시를 자신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몇 차례 지연되면서 올해까지 미뤄졌다.
세미 트럭의 강점은 장거리 수송능력이다. 구체적인 성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대 주행거리 480㎞ 수준의 15만 달러 모델과 804㎞를 달릴 수 있는 18만 달러 모델 두 종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에 기회
업계에서는 400㎞ 이하는 전기 트럭이, 그 이상은 수소 트럭이 각각 차지하며 친환경 트럭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차의 단점인 충전 인프라 역시 상용차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럭은 보통 이동 경로가 정해져 있어 충전소를 설치하기가 용이하다. 또 충전소가 고속도로에 띄엄띄엄 설치돼 있어도 괜찮다.
업계 관계자는 "상용차는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만큼 친환경차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상용차는 수소 충전 인프라와 1000km 넘는 주행 거리 등이 뒷받침될 경우 판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상용차 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국내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트럭 양산에 돌입한 상태로, 다임러·볼보보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5일 중형 수소 트럭 '엑시언트 FCEV'의 2021년 버전도 출시했다. 8~20분 충전으로 400㎞ 정도 달릴 수 있는 모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엑시언트 FCEV를 스위스에 46대 수출했고, 2025년까지 1600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유럽과 더불어 수소차 보급 및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서도 적극 판매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주 정부와 협력해 2030년까지 1만2000대를 수출하고, 중국시장에는 2만700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친환경 상용차 의무판매 제도가 오는 2024년 도입되면서 대규모 수주 물량이 확보될 가능성이 크다.
수소 상용차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역시 현대차의 타깃 시장이다. 중국 정부는 수소차 초기 시장을 상용차 60%, 승용차 40% 비중으로 상용차 중심 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차 트럭 시장이 확대되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에 대한 러브콜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캐나다 전기 상용차 업체 라이온 일렉트릭이 올해부터 5년간 미국 아마존에 전기 트럭 '라이온8' 2500대를 공급하는데, 이 차량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배터리의 용량은 최대 480kWh에 달한다.
또 GM은 올해 말까지 배송업체 페덱스에 첫 대형 상업용 전기밴 ‘EV600’ 500대를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는데 이 차량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가 생산하는 ‘얼티엄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볼보 전기 트럭 배터리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지난 2019년 7월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삼성SDI가 전기 상용차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첫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