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둔 맷 윌리엄스 KIA 감독(56)에게 물었다. “최근 KIA의 거의 모든 지표가 하락 중이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언제나처럼 윌리엄스 감독은 차분하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사실 어제(1일)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었다. 한화는 1회 기회를 잡았고(4득점),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그게 큰 차이다. 중요한 건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살리는 것이다. 또 수비력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에서 완벽에 가까워야 이길 방법이 있다.”
부족하지 않은 답변이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KIA가 왜 부진한지’에 대한 윌리엄스 감독의 냉정한 진단을 듣지 못해서다. 그는 세련된 레토릭을 썼지만, 감독의 말이 아닌 해설이나 평론 같았다. 취재진과의 대회에서만 이렇지도 않을 것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감독과 소통은 쉽지 않다. 구단 직원들, 선수들과 소통도 마찬가지다.
때론 적당한 장벽이 오해를 막아주기도 한다. 편하게 농담하다가 설화에 휘말리지도 않는다. 말하는 훈련이 잘 되어 있고, 메이저리그(MLB) 경험이 곧 권위인 외국인 감독을 최근 KBO리그 구단들이 부쩍 선호하는 이유다.
취재진에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감독은 목표와 비전을 가져야 한다. 팀 전체가 그걸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 2년째인 올해 KIA에는 그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3일 기준으로 8위(20승 27패)에 머문 성적도 그렇지만, 세부 지표에서 돋보이는 게 없다.
KIA의 팀 홈런(16개)은 1위 NC(70개)의 22.8%에 불과한 꼴찌다. 파워가 없어 번트는 1위(20개)인데, 병살타는 3위(41개)다. 규정이닝을 채워 평균자책점 순위에 든 투수는 애런 브룩스(15위·3.52)뿐이다. 팀 평균자책점 9위(5.33)에 그치고 있다.
특히 불펜은 4월부터 과부하 논란이 생길 정도로 피로도가 높았다. 셋업맨 장현식은 투수 최다 출장(27경기 29이닝 평균자책점 5.28)을 기록 중이고, 마무리 정해영의 부담도 상당히 크다. 둘에 의존하는 KIA 불펜의 미래가 우려될 정도다.
윌리엄스 감독은 자신의 틀을 유지한 채 시즌을 치르고 있다. 선수가 없으면 없는 대로, 누가 부상이나 부진으로 빠지면 다른 선수로 대체한다. 트래킹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선수 운영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그의 스몰볼 야구는 잘 통하지 않는다.
잘잘못을 떠나 이는 윌리엄스 감독의 스타일이다. MLB 시절부터 흐름에 맡기는 편이었다. 선수층이 두꺼운 팀, 감독이 육성자가 아닌 관리자 역할을 하는 팀에 적합한 리더였다.
MLB 만년 하위팀이었던 피츠버그가 2013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스토리를 담은 책 『빅데이터 베이스볼』은 급변하는 야구 트렌드를 담았다. 올드스쿨에 해당하는 클린트 허들(64) 감독이 고정관념을 깨고 데이터 기반의 새 야구를 받아들이는 얘기다. 그 시작이 수비 시프트의 활용인데, 피츠버그의 성공으로 2014년 MLB의 시프트가 급격히 늘었다.
이 이야기에 당시 워싱턴을 이끌었던 윌리엄스 감독이 잠시 등장한다. 이 책은 “윌리엄스는 2014년 시프트 빈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야수 배치를 전담하는 마크 위더마이어 코치를 영입해서 데이터에 따라 야수를 배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2014년 워싱턴의 시프트 빈도는 (30개 구단 중) 29위에 그쳤다. 선수들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길 거부한 것이다.”
윌리엄스 감독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전혀 모르는 팀에 와서 새로운 전력과 전략을 만들 거라고 기대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2017년 통합 우승에 성공했던 KIA가 2년 뒤 윌리엄스에게 지휘봉을 맡긴 건 '윈 나우(win now)'를 목표한 것이라고 봤다. 그의 취임 일성도 "리빌딩을 하지 않는다. 매일 이기는 야구를 할 것"이었다.
KIA는 지난해 6위에 그쳤다. 올해는 8위다. 안치홍(롯데)과 양현종(MLB 텍사스)이 이적하는 동안 KIA 구단은 이렇다 할 투자를 하지 않았다. 조계현 단장은 올해 들어 리빌딩 얘기를 부쩍 많이 한다.
이런 엇박자 속에 성적이 떨어지자 KIA는 윌리엄스 감독과 함께 영입한 위더마이어 수석코치를 잔류군으로 보냈다. 사실상 유일한 소통 파트너인 위더마이어 코치를 잃은 윌리엄스 감독은 조계현 단장과 김종국 수석코치, 이범호 2군 총괄코치에 둘러싸여 있다. KIA 구단은 "위더마이어 코치를 보낸 건 윌리엄스 감독의 뜻"이라고 밝혔다. 윌리엄스 감독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고립된 것 같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와인 투어'로 화제를 모았다. 상대 팀 감독과 만나 인사하는 KBO리그의 관례에 특별한 선물을 더해 자신만의 세리머니로 특화한 것이다.
신사적인 윌리엄스 감독은 올해도 새 감독들과 만나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훈훈한 장면이다. 그러나 그는 팀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추상적으로 말할 뿐이다. 진단(why)이 이러니 대책(how to)도 명쾌할 리 없다. 이렇게 KIA의 시간이 가고 있다.